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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Apr 27. 2023

몬도 카네(Mondo Cane)

이탈리아 영화. 내용 중에 대만의 개고기 음식이 엽기적이라고 소개합니다.

오늘은 주제가 주제인지라 출처는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이미 출처는 나와 있군요. ㅎㅎ


한참 때인 30대 시절, 저는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대단한 보신탕 애호가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이름만 들어보던 그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것은, 전공의를 처음 시작한 1988년 늦은 봄이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맛본 보신탕은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굳이 즐겨하던 음식은 아니었기에 서른이 되도록 입에 대보지 못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수육과 전골, 탕. 내가 왜 이것을 안 먹고 지냈지? 싶었습니다.  

    

더 나아가 지방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개 대신에 소고기나 닭을 넣어서 육개장, 닭개장이라는 음식도 파생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닭을 넣었다고 닭계장이 아닙니다. 개장국 대용이기에 '육개장, 닭개장'이 맞는 표현입니다) 어차피 동물애호가의 말대로라면 저는 천하의 몹쓸 놈이 되는 거지만, 우리의 가족과도 같은 소도 먹는 판에 개는 못 먹냐 싶기도 했고, 식용목적의 개는 따로 있다더라는 논리로 맞받아치면 나름 훌륭한 대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직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개를 식용으로 먹는 우리의 문화에 대해 비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미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은 우리의 정서를 어찌하지 못한 정부도 겨우 이름을 사철탕으로만 바꿔 눈 가리고 아웅 정도의 대처만 하던 판입니다.  

   

그러기를 계속하던 어느 날, 개를 잡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거의 동시에 (심지어는) 애완견마저도 식탁에 오른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저의 보신탕 편력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언제 먹었던가?’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 세상에 먹을 게 없다면 모를까, 굳이 비인간적인 짓까지 하면서 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은 징그러운 얘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저는 어릴 적 가게 문 앞에 적힌 ‘생사탕’이 사탕(candy)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생사탕(生蛇湯)이라는 걸 알아차린 건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을 통해서였습니다. 힘이 좋고 큰 녀석은 (뜨거운 물에 바로 집어넣기에) 간혹 가마솥뚜껑을 밀치고 튀어나온다는 말까지 들은 터라 마음속에 지닌 혐오감은 내내 없어질 생각이 없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먹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속 시원히 듣지 못했습니다.            


   


그 후부터 이제까지 제 신념은 한결같습니다. 기왕 먹을 거라면,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먹자고 말입니다. 거의 같은 맥락입니다만 최근 다시 꼬리를 물고 드는 비슷한 생각이 있다면 바로, 싱싱함을 내세우며 낙지나 문어 같은 것을 뜨거운 냄비에 그냥 넣어버리는 짓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뜨거운 물에 익혀 죽이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먹으면 더 맛있답니까?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생선회를 내놓을 때 굳이 뼈대만 남은 생선이 눈을 껌벅껌벅해야 손님에게 칭찬받는답니까?     



사람의 취향은 여러 가지이기는 합니다만 이렇게 먹는 게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기분 좋게 먹는 방법은 많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먹어야 한다면 저는 반드시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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