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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Apr 20. 2023

나는 믿습니다.

그렇기에 그 흔적만으로도 떳떳합니다.

(이미지출처:이정선의 썬퀼트) 이 선한 미소가 널리 퍼지기를!



몇 년 전 일입니다. 수술실 문 앞을 나오다가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문병하고 나오시는 신부님과 그 일행을 만났습니다. 그냥 인사를 꾸벅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셨던지 주춤거리시다가 물으셨습니다. '혹시 본명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 네! 사실 저는 개신교인입니다. 예전에 저희 목사님께 배운 게 있습니다. 종교 상관하지 말고 성직자를 만나거든 인사를 드려라. 가르쳐주셔서 그 가르침대로 인사를 드린 겁니다. 정성스럽게 악수하시더니 웃으시며 갈 길을 가셨습니다. 우리 목사님은 감리교 감독 회장을 역임하셨는데 로만칼라를 하고 다니시던 까닭에 모르는 분들이 꾸벅 인사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하셨다고 해요. 그 이후로 이와 같은 부탁을 우리에게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후로 수녀님이나 심지어 스님께도 인사를 잘합니다. 비구니 스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고마워하시기도 하고 염치없다는 듯 쪼르르 지나치시는 분도 있으시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분명히 전해졌다 확신합니다. 언젠가 페이스북 포스팅에, 천주교에 대해 호의적인 글을 썼다가 참 한심한 사람 취급하듯이 댓글을 달고 친구 관계를 끊으신 분도 계시더군요. 잘 끊으셨다고 해드렸습니다.    



  

저는 교리에 대해 모릅니다. 물론 천주교와 개신교가 무슨 문제로 서로 다르게 생각한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게 과연 서로 반목할 만한 문제일까? 의문이 있습니다. 교리는 목자나 학자들이 해결할 문제라 저는 생각합니다. 신자들에게는 순수하게 신앙을 가지도록 해 주십시오. 그 문제로 반목을 가르치지는 마십시오. 오히려 서로 포용하는 법을 가르치십시오.     



 


저는 천주교인을 대할 때 급진적인 개신교인들처럼, 이단이니, 상종하지 못할 천주교인 등등 이렇게 대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따뜻하게 대하면 그들도 따뜻하게 대합니다. 우리는 교리로 서로를 만나지 않고 주님의 사랑으로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냥 아!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 정도입니다. 

     

내가 스님들께 인사한다고 부처님을 따르겠습니까? 아니면 공자를 따르겠습니까? 내 안에는 이미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님이 자리하고 계셔서 다른 누가 들어올 공간이 없습니다. 그러면 된 겁니다. 제 생각이 이단이라 생각하면 친구를 끊으셔도 됩니다. 


제게는 개신교든 천주교든 루터교든 성공회든 정교회든 이런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안에 계신 주님이 다른 어느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내가 스님께 신부님이나 수녀님께 인사하고 예의를 갖춘다고 하여, 제 안에 계신 주님께서 혼내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들이 저를 혼낼 수 있단 말입니까?      


저도 바울 사도처럼 한마디 합니다. 더는 그런 문제로 나를 괴롭게 마십시오. 나는 예수의 흔적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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