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찌 사실까? 궁금한 오늘
인턴 중반쯤 일입니다. 아마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는 계절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외과를 돌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어느 젊은 엄마가 직장암에 걸려 수술받으셨습니다. 인공항문을 만드는 수술도 하고 병변을 자르는 수술도 마친 후에 바로 장루 주머니를 준비했습니다.
다음 날부터 저에게 오더가 떨어졌습니다. 주치의가 수술에 들어가 있으면 저에게 장루 주머니를 바꾸어드리라는 오더였습니다. 그 시간은 예상보다 빨리 왔습니다. 음식 섭취가 가능하고 배변이 가능하던 첫날, 기존의 주머니를 회수하고 새 주머니를 부착해 드린 다음, 변이 들어있는 기존 주머니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그만 환자 앞에서 부끄럽게도 구역질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죄송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냥 아무렇지 않게 소독하고 부착하고 그렇게 병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이 되고 또 다음 날이 되어도 바꿔 달라는 부탁이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이때쯤이면 바꿔달라 얘기가 있어야 하는데?" 하기야 회진 때에 그분을 뵐 때마다 괜찮다 괜찮다만 반복하셨으니 아직 때가 안되었으려니 생각만 했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에 병동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환자께서 과장님께 착용하는 방법 직접 가르쳐달라고 졸라서 날마다 환자 스스로 해요." 순간 저는 아차 싶었습니다. 나의 무의식적인 행동 하나 때문에 얼마나 무안했으면 스스로 배우려 했을까 싶었습니다. 당장 병실로 갔습니다. 죄송하다고 말하고, 다시 바꿔드리기 시작해야 마음이 좋을 듯했습니다. 꼭 내가 바꿔드려야지! 결심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제 얼굴을 보더니 다짜고짜 그러시는 겁니다. "마음 불편해하지 말아요. 어차피 퇴원하면 제가 할 일이에요. 그냥 조금 일찍 배웠을 뿐이고, 제가 못하면 바로 선생님이나 간호사들에게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제대로 배울 좋은 기회잖아요. 선생님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 놓으세요."
아무리 의사라 할지라도 자기 대변을 보여주는 게 참 부끄러웠다! 내가 의사라도 환자의 배변주머니 바꿔주는 건 참 싫겠다! 라며 웃으며 달래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고운 마음을 가지신 분이셨어요. 요즘도 건강하게 사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인공항문을 닫으려면 수술을 한 번 더 받으셨을 텐데 마무리도 잘하셨는지도 모르겠고요. 기껏해야 저보다 열몇 살 많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부디 지금도 그 고운 마음으로 건강하게 잘 사시기를 기도합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일 까요? 죄송하지만 환자분 성함은 기억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