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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곤 May 23. 2023

화투만 한 크기가 이렇게 커졌습니다.

아픈 데가 많아서 그럴까요?

(이미지출처:shooting star ☆彡) 안 붙이면 더 좋죠.


좁은 제 진료실 안이 파스 냄새로 가득합니다. 어릴 적 안티프라민 냄새를 닮은 이 냄새는 굳이 냄새로 아픈 곳을 달래기라도 하듯 은은하지 않고 상당히 독합니다. 꽃으로 치면 마치 천리향(千里香) 만리향(萬里香)은 될 듯합니다. 내 몸이 조금 무리가 되면 이제 아프지 않은 데를 찾아야 빠를 정도로 여기저기 고장의 알람이 울리곤 합니다. 그때마다 제일 먼저 손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파스입니다.     


파스가 무슨 효과가 있기나 해? 의심하던 새내기 의사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냥 마음의 위안이지 뭐! 하며 애써 파스의 위력을 무시하던 내가 이제는 매번 파스를 달고 사는 예찬론자로 살아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화~한 냄새만 주를 이루던 화투짝만 한 어릴 적 그것이, 이젠 제대로 약효를 내주는 고급 약 성분에 약효를 방출하는 기술이 더해졌으니 제아무리 거만한 사람이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 기술이 점점 발전하리라는 예상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절이 된 셈입니다.     


내 몸에 무언가 붙어있다는 느낌이 싫거나 파스 한두 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바르는 파스가 제격입니다. 이 또한, 어릴 적 모기나 벌레를 물려도 바르던 물파스가 원조일 텐데 이마저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다양한 형태로 출시가 되고 있습니다. 파스가 발전하듯 여기저기 아픈 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되려 그 수가 느는 중입니다.          



과거에 비해 몸으로 때우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사무를 보는 직업이 늘어 상대적으로 몸 아플 일이 줄었을 거라는 생각처럼 단순한 발상은 없을 것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가 알지 못하던 질병도 알게 되고 기존의 치료법들도 시대가 바뀌며 점점 진화를 거듭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의 생각은 어떠할까요? 정신은 어떠할까요?     


생활이 편리해지고 문명이 발달하기에 우리의 생각이나 가치관도 덩달아 고상해질 거란 논리로 살아가는 건 아닌지 한번 돌아볼 일입니다. 어느 시대이든 간에 후대(後代)로 내려갈수록 가치관이 바뀌고 정신의 세계는 혼탁(混濁)해진다는 우려와 탄식은 늘 존재합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갈수록 난장판이라는 푸념을 많이 합니다.      



그 배경에는 분명 선배들의 가르침에도 책임이 있을 것이며 그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후배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한 편으로는 관념이나 가치관이 서로 다름에 대한 오해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가? 판단하는 것도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점심에 잠깐 약국에 들러 파스를 몇 팩 사서 놓아야 안심할 거 같습니다. 파스를 붙여야 하는 현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만, 파스를 집으려 서랍을 열었는데 믿었던 파스가 하나도 없는 일! 그게 더 유쾌하지 않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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