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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정 Nov 03. 2017

#05. 로마의 아침

아침을 맞기 전에 로마를 평가하지 마라







신고식



드디어 9박 10일의 이탈리아 일탈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부푼 기대와 달리 여행의 시작부터 순탄치가 않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캐리어의 손잡이가 

와장창 부서지고 말았다! 


이놈을 이끌고 열흘을 버틸 수가 없다. 

숙소에 가면 관광이고 뭐고 당장 캐리어부터 사야 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 

계획에 없던 일정, 

예정에 없던 지출이다. 

마치 험난한 여정의 복선 같다.


 

버스를 타고 로마의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다. 당장 캐리어부터 해결해야 한다.


테르미니 역 가방 매장에서 급매한 새 캐리어.요놈이 이른바 이탈리아 현지 구매 1호 상품 되시겠다.





낯선 밤


부서진 캐리어를 끌고 테르미니역을 거쳐 

낑낑대며 겨우 숙소까지 왔다. 


한국만큼은 아니었지만, 

로마의 8월 밤도 무덥긴 마찬가지였다. 


어짜피 다음날 바로 피렌체로 넘어갈 계획이었기에, 

첫날은 가볍게 3성급 호텔로 잡았는데, 

여러모로 낯설다. 


이 작은 건물이 호텔인 것도 신기하고, 

건물 중앙에 힘겹게 가동되는 

작디 작은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도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숙소의 내부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텔’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이 가격이면 한국에선 

5성급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첫날부터 실망을 품기엔 

우리 둘 다 긴 비행으로 지쳐있었다. 


호텔에 대한 품평은 내일로 미루고,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낯선 밤이다. 



로마의 첫날 밤. 우리가 상상한 숙소의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






로마의 아침


로마에서의 낯선 밤이 지나고, 

첫 아침이 밝았다.


아침식사를 위해 우리는 식당을 향했다. 

모든 게 조막만한 이 호텔은 식당마저도 

아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작은 바와 테이블이 고작 서너개 있는 공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황금빛 아침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소박한 식사였지만, 로마의 황금빛 아침을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소박한 식사와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카푸치노는 

호텔에 대한 평가를 뒤로 미루었던 

우리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날의 그윽한 커피와 

그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결단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2016년 여름, 두 아들 떼어놓고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담아 온 여행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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