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kipedia Mar 26. 2024

결혼의 시즌

결혼에 가까워지는 생각 지점들

-            

2년 전,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정말 기다렸던 순간입니다. 저는 만 35세, 아내는 만 31세. 한국 나이로 37살에 한 셈이니 나이와 늙음에 대한 압박이 참 컸습니다. 예전에는 결혼이란 게 좋은 사람 만나서 자연스럽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참 쉽지 않습니다. 30대 중반이 되면서 이러다가 결혼을 정말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결혼을 너무 하고 싶으니 내 안에 변화할 지점들을 찾아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많은 결혼에 대한 것들이 정립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맞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제 나름의 결혼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꼈던 인사이트를 글로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사실 결혼하자마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결혼 뒤 바로 위기에 봉착해 감히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을 하는 것과 실제 결혼 생활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부부 싸움도 참 많이 했고 왜 세상 부부들의 이혼율이 1년 차에게서 가장 높은지도 몸소 알 것 같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결혼에 대해 숙고할 수 있었고 글로 정리해두기 좋은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은 2년간 결혼으로 우려진 내용입니다. 제 경험이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 아내와의 결혼 이야기


눈이 실제로 높이 달렸던 저는 - 신장 188cm - 배우자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매우 잘생기진 않았지만 큰 키와 준수한 직장 덕분에 주변에서 사람을 끊임없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지금 뒤돌아 보면 오히려 풍요 속 빈곤의 저주에 걸렸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만 사람이 계속 있으니 눈만 높아졌고 소개해 주는 사람들에게 전해줄 이상형만 많아졌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상황 중에 개인적으로는 이직 제안을 받아 회사를 옮기게 되었고 나름 승승장구한 상황에서 그사이 제주도 한라산으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한라산 연리목, 출처 - ryongpt.tistory.com/1598
한라산 백록담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글

 

 한라산에 오르면서 천생연분의 상징인 '연리지' -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자라다가 서로의 줄기가 하나로 연결되며 생긴 나무 - 가 있다 해서 찾아갔습니다. 너무나도 결혼을 하고 싶은 나머지 그 연리지를 유심히 보고 지혜를 얻고 싶었습니다. 연리지 나무를 통해 제가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무가 연결될 수 있던 것은 같은 종자, 같은 토양, 같은 기후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서로 가까이 살았다는 것입니다. 소개팅을 50번이나 넘게 하면서 ‘내가 만날 상대는 더 이상 있기는 한가 혹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건 아닐까?’ 좌절했던 저로서는 이 나무를 보고 배우자 될 분이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아무튼 그날 한라산 정상에 올랐고 너무 멋진 백록담을 봅니다. 원래 종교 관련된 것을 SNS에 올리지 않는 편인데 너무 감격한 나머지 스토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제 인스타그램을 본 알고 지내던 동생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그 동생이 말하길 아니 교회를 다녔냐며, 교회 다니는 자기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있는데 한번 만나 보라고 했습니다. 그 동생은 이전부터 저와 고향도 같고 문화적으로 비슷하다고 생각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동창이라고 하니까 저랑도 문화적으로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연리지를 떠올린 것입니다. 그렇게 소개를 받기로 했습니다. - 전 얼굴이 나온 사진을 보지 않았습니다. 상대는 봤다고 합니다. -


 소개받은 분을 만났습니다. 결혼 뒤 서로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저희는 처음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분과 애초에 문화적으로 비슷한가를 보기를 원했고 최소 세 번까지는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제가 상대방과 저와 문화가 비슷한지 기준을 삼는 부분은 옷을 입는 방식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그 사람의 옷을 입는 방식이 - 스타일, 색깔, 재질, 편리성 추구, 선택한 문구 등 -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과 내재된 문화가 곧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은 세 번째 만났을 때 제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옷을 입었습니다. 이 점이 결정적으로 이 사람을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곧 위태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인가 만남이 있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이직한지 얼마 안 된 회사에서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습니다. 이 분과 대화 도중 가치관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제가 참지 못하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 제가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닙니다 - 만난 지 4번 만에 트러블이 난 것입니다. 이 분은 적잖이 당황했고 전 속으로 망했다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때 중요한 생각을 합니다. ‘회사의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내 앞의 관계까지 영향을 준다면 앞으로도 난 결혼하기 어렵겠다’. 이래선 안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 상황이 아닌 현재의 관계만 집중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상황과 사람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 결심하여 사랑의 능력치를 끌어올리기로 한 것입니다.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연애를 한다고 해서 결혼을 반드시 하자는 뜻의 전제는 아니었습니다. 만난 지 한 달 정도 됐을까 저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사람을 더 적극적으로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희 어머니께 소개해 드리기로 합니다. 마침 저희 본가에서 소소한 바베큐 파티가 열렸고 이참에 여자친구를 어머니께 소개해 드렸습니다. 때로는 저의 눈보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후, 가까운 시일에 여자 친구 부모님도 카페에서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교제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모든 일은 두 달이 걸렸습니다. 아직 결혼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그건 과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했고 에둘러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부모님이 보기에도 아니면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제를 이어가다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포즈를 결혼을 이미 결정하고 하는 의식이 아니라 먼저 제 안에서 결단을 내리고 하는 최후의 제안 같은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기한을 정한 뒤 - 만난 지 4개월 되는 지점 - 프로포즈를 위해 엄청난 숙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이 확신이 안 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알려고 할수록 더 모르겠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확신이 없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고?’ 자신이 없었습니다. 너무 괴로웠습니다. 오죽했으면 이 사람이 맞는지 신께 묻고자 기도원까지 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친한 목사님에게도 찾아갔습니다. “목사님, 지금의 여자친구와 결혼해도 될지 확신이 안 듭니다. 어떡하죠?” 그랬더니 목사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이 “확신? 결혼 15년 차인 나도 확신이 어려워, 확신은 불가능한 영역인 것 같아.” 그 말씀을 들은 저는 약간 허탈하기도 했지만 확신이라는 것에 대해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에게도 확신할 수 없는데 상대방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여자 친구에게 청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는데 이 결혼 때문에 인생 뭐 망할까 싶었고, 막말로 또 요샌 이혼도 흉이 아니라는데, 또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단을 내린 이상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프로포즈 반지를 장만했습니다. 거금인데 여자 친구의 손가락에 안 맞으면 어떡하지 했지만 브랜드의 마케팅은 대단합니다. 프로포즈 후 손가락에 맞게 리사이징을 해준답니다. 그렇게 준비해둔 반지와 안개꽃과 함께 눈이 펑펑 내리던 12월 겨울에 프로포즈를 합니다.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여자 친구는 승낙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5개월 뒤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만난 지 9개월 만이었습니다.


프로포즈를 받은 前 여자 친구, 現 아내의 모습




결혼에 대한 생각 지점 #1

: 상대방을 찾는 것은 두 번째이다.


결혼은 상대를 찾는 것보다 결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혼에는 본질 것인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본질은 결혼을 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 됩니다. 이 본질적인 것들을 이해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결혼은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첫 번째로, 본인 자체가 결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본인이 아무리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내적으로는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막상 결혼을 결정하는 순간에 결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또 결혼식을 올렸다 해도 결혼 생활 내내 맞닥뜨리는 상황에 대해 생각과 감정이 굉장히 혼란스럽습니다. 두 번째로, 좋은 결혼 상대를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결혼의 본질을 알아야 어떤 점이 결혼 생활에 필요한 필수 조건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사람을 만나도 '아 이 사람이다' 하는 그 포인트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결혼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래야 자신이 할 결혼에 대한 결심을 내릴 수가 있습니다. 결혼의 본질을 제대로 알면 이 결단의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번 결단하면 그다음부터는 정말 좋은 사람이 보일 것이며 상대와 순탄하게 결혼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결혼의 본질에는 안전과 안정, 희생과 봉사, 정직과 성실, 자녀의 양육과 책임 등이 있습니다. 이 본질들을 통칭해서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두 사람은 결혼으로 죽을 때까지 함께 하자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서로 끝까지 사랑을 공급하게 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본질적인 행복을 누립니다. 한 사람이라도 결혼의 본질 중 하나를 포기하면 그 결혼 생활은 아마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두 사람이 '희생'은 힘들다고, '희생'하지 말자고 아무리 서로 합의를 하여 결혼을 한다고 해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건 결혼의 본질과 무관한 것입니다. 아마 결혼 생활이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혼은 개인들의 가치관으로 합의하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도 학교나 회사같이 사회적 제도처럼 그 만의 룰이 있습니다. 우리가 학교나 회사에 들어갈 때 나만의 룰을 세우고 들어가지 않습니다. 2인 학교, 2인 회사여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사회적 제도는 단순히 누군가의 가치관으로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인류가 수천 년간 존재하면서 체득한 지혜의 결과입니다. 거의 보편적 진리 가깝습니다. 결혼도 둘이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 안에 룰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생각할 때 자신만의 가치관을 많이 세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관에 맞는 상대를 찾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진짜 동일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지라도 - 보통 한 명은 숨기고 있습니다 - 결혼 생활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선조들이 그 가치관들 다 해봤고 실패했을 것이란 것에 한 표를 주겠습니다.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가치관은 다른 말로 세계관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만약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찾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비슷할 뿐 애초에 다른 세계의 사람입니다. 9개의 가치관이 맞아도 1개의 가치관이 다르면 바로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됩니다. 그냥 외계인이 되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사람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됩니다. 결혼을 해도 서로 배척하며 부부 싸움을 정말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은 '결혼의 본질'이 가진 '보편적 진리' 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럼 둘 다 이민자이긴 하지만 어쨌든 같은 세계 위에 서는 것입니다. 서로 미숙할지언정 동지가 됩니다.


결혼을 할 때 사람이 아니라 결혼의 시스템을 믿어야 합니다. 이 시스템, 결혼의 제도를 성경에서는 신이 주신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수천 년간 선조들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형성된 제도이므로 신뢰할 만합니다. 그래야 결혼의 본질을 알고서도 결혼을 할 수 있는 결단이 섭니다. 사실 결혼의 본질을 제대로 알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결혼 못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더욱 믿기가 어렵습니다. 스스로도 내일의 나를 믿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인생을 걸고 살아야 하는 상대방을 믿고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모두 위태롭습니다. 그러므로 결혼의 제도, 그 안에 있는 본질을 신뢰하여 결혼을 결정하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수 세기 동안 이 시스템을 의존했습니다. 반세기도 안된 역사에서 사람을 보고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 제도를 의지하여 결혼하셨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 지점 #2

: 어떤 배우자를 찾아야 할까


결혼의 본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사람은 이미 좋은 결혼 상대자가 됩니다. 결혼에 정말 필수적인 조건을 갖춘 것이고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조건 갖춘 사람 잘 없습니다. '너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함께 할 게'라고 속으로 결심한 사람의 마음의 크기를 한번 상상해 보면 알 것입니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결단한 사람의 가치입니다. '너와 우리의 아이를 위해 죽을 때까지 희생할 게'라고 속으로 결심한 사람의 마음의 크기는 어떻습니까. '어떻게든 일해서 너와 내 아이 밥은 안 굶길게, 따뜻한 집에서 살게 할게'처럼 성실로 무장한 사람의 가치도 한번 생각해 봅니다. 결혼의 진정한 조건은 결혼의 본질과 일치합니다. 결혼의 본질과 무관한 조건은 결혼의 조건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위한 조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결혼의 본질을 결심한 사람이 결혼의 본질을 결심한 사람을 찾으면 됩니다.


결혼의 본질과 연결된 조건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릅니다. 자신의 상황과 상대의 조건을 동일시하는 것은 결혼의 본질 외적인 것을 채우는 것입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이것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결혼은 현실이라 경제적인 것에서 자유롭기 어렵지만 결혼 본질적으로 먹고사는 것에 지장이 없으면 괜찮습니다. 자기와 동일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을 원하는 조건이 주가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좁아집니다. 그건 오히려 스스로에게 손해입니다. 결혼의 본질적인 조건에는 서로 채워 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것은 그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업적으로나 가정 환경적으로 재정이 여유로운 사람은 상대적으로 재정적으로 부족한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직업적으로 신예 작가라고 치고 자신이 재정을 채우는 데에 현재는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상황에 맞는 조건을 세우는 것은 현실적인 것이고 결혼의 본질적인 것입니다.


결혼 조건 중에는 물질적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경우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결혼의 본질'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일찍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은 남편 상과 아버지 상을 제대로 그리기가 어려웠고 새 가정을 이루었을 때 본보기가 되어줄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내 될 분의 '가정적인 아버지의 존재 여부'를 중요시 여겼습니다. 저희 장인어른은 굉장히 가정적이고 자상하십니다. 이 점이 제가 결혼을 결정하는 데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내와 새 가정을 이루면서 장인어른의 남편 됨, 아버지 됨의 모습을 실질적으로 많이 배웁니다.



: 문화가 가까운 사람 찾기


배우자로 문화가 가까운 사람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문화는 사람의 생활 양식, 사고방식 등이 드러난 모습입니다.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은 나와 삶의 언어가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보통 '성격이 비슷하냐 다르냐'로 엄청 고민하는데 성격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비슷한 것 같아도 살아보면 다릅니다. 삶의 언어가 비슷하면 많은 의견을 공유할 수 있고 의논도 할 수 있습니다. 성격도 다르고 기호나 가치관이 달라 의견이 대립할 수 있지만 적어도 같은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은 책, 팀 켈러 목사님의 '결혼을 말하다'라는 책에서 말합니다. - "사랑은 우정에서 출발하고 결혼은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삶이기 때문에 친구가 되어야 한다." - 문화가 비슷하면 말이 통하고 친구가 되기 쉽습니다. 그럼 어떻게 문화가 가까운 사람을 찾느냐? '연리지'처럼 당신의 가까운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화와 언어가 비슷한 것은 상대의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김창옥 교수님의 결혼 강의에 '언어가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 아내는 저를 보고는 좀 의아해했던 점들이 저희 어머니를 실제로 만나 뵙고 마음이 놓였다고 합니다. 프로포즈를 하고 결혼 승낙을 받으러 처가 댁에 갔을 때에도 문화가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저희 집은 어머니께서 음식을 꼭 예쁜 그릇에 담아 주시는고 유럽풍 찻잔도 모으십니다. 그런데 장모님도 같은 모습을 보고 그때는 좀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의 옷 입기 방식'을 본다든지 하는 자신과 문화가 비슷한 지점들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종교적인 부분도 아주 중요한 문화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조건적으로 같은 종교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종교여도 종파가 다르거나 종교를 해석하는 보는 관점에 따라 오히려 서로 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교가 있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종교의 아래에 위선으로 숨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앙은 생각보다 첨예하기 때문에 단지 종교가 같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종교 자체를 조건으로 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종교를 넘어서 진정으로 이 사람이 가진 성품을 봐야 합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 지점 #3

: 자녀를 갖는 것


결혼의 본질에서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자녀에 대한 것입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안전한 자손 번식을 목적으로 결혼이란 제도를 택했습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결혼의 목적이 자녀를 갖는 것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자녀를 낳는 것뿐만 아니라 입양이나 후견인 등으로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는 유익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유익은 개인적인 것과 부부 관계적인 것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것은 저도 아이를 낳으면서 가진 마음인데 엄청난 책임 의식, 단순히 짐이 무거워지는 책임 의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정말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스스로 성격이 개차반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 결혼하고 알았습니다 - 제 자신에게 이런 믿음이 생기는 것 자체가 너무 신비롭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좋습니다. 또한 부부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아이를 품고 낳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존경심을 가졌습니다. 사실 결혼하고 아내를 높이 보는 게 어려웠는데 아이를 통해 그 진가를 보게 됩니다.


결혼 후 8년간 아이 없이 살다가 자녀를 낳은 친구 부부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부부는 8년간 둘 사이가 너무 좋아서 아이 없이도 행복했고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는데 처음 아이를 보자 임신과 해산의 고통이 순식간에 잊어졌다고 합니다. 희생이란 말은 아예 사라졌고 어떤 존재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은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비유하길 “부부의 삶이 코치 COACH 가방을 들고 다닌 삶이라면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에르메스 명품 백을 들고 사는 삶이야. 에르메스 명품 백으로 코치 가방은 생각나지도 않고 의미도 없더라” 그렇게 둘이 함께 하는 삶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아이를 가진 후의 삶은 차원이 더 높은 아름다움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자녀를 갖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생각해 본 적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의 모든 기업은 태생과 동시에 기업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이치 상 그 끝은 파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끊임없이 다른 사업을 벌이거나 계열사를 분립하거나 합니다. 가족도 똑같습니다. 재산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가족은 하나의 기업입니다. 각 가정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적 등 여러 가지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어떤 생물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 있는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는 인류에 필요한 고유한 유전 정보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자녀가 없다는 것은 기업 활동의 종료입니다. 자녀를 낳음으로 후일의 일에 인류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지 모릅니다.



겉모습은 참 그럴듯했던 웨딩 촬영


글을 마치며,

저의 결혼 생활을 비유해 보자면 '마치 두 반죽이 붕어빵 기계에 놓인 것 같다'입니다. 정말 다른 두 사람이 연애 기간도 짧은데 10평 남짓의 비좁은 곳에서 살았으니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겉 보기에는 더불어 잘 살 거라 생각했지만 속은 전혀 누구랑 살 형편이 안됐습니다. 특히 나이도 어린 나이가 아닌지라 반죽은 아주 단단히 굳어있었습니다. 1년간 전투를 통해 서로의 반죽은 팅팅 불었습니다. 그리고 숙성되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제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고 아내를 사랑할 줄 아는 남편이 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서로 한 반죽이 되어 노릇노릇하게 구어지고 있고 고소한 냄새도 제법 납니다.


결혼을 하기 전 스타트업의 팀장직을 버티지 못하고 짧게 있다가 인해 그만뒀습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이제 팀장이 됐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제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기다릴 줄 아는 사회화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깨달은 결혼의 비밀은 괴롭지만 엄청난 성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진정한 성장에 묘한 희열이 있습니다.


지금도 만약 저에게 저희 부모님이 '정말 결혼은 꼭 해야만 해!'라고 강력히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저희 어머니조차 당신의 아들의 개인적인 행복을 위해 '꼭 결혼이 답이다' 몰아넣고 싶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저는 좀 아쉽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진지하게 결혼을 해야만 하는 존재로 준비되었을 수 있고 결혼도 조금 더 빨리해서 아이도 제 노화의 부담 없이 많이 낳을 수 있었을 텐데요. 또 직장 생활에서 더 어른스럽게 행동했을 것 같고요.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발 제 주변의 모든 사람이 다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해서 안정되고 보호받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이라는 든든한 세상 위에 굳건히 섰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결혼해 주세요'라고 간곡히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Wir lernen nur denen, die wir lieben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만 배운다.
Johann Wolfgang von Goethe, 괴테





다음에는 '육아의 시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결혼에 대해 깊은 인사이트를 주는 콘텐츠

책 "The Meaning of Marriage" (결혼을 말하다), 2014, 팀 켈러 저, 두란노

영화 "When Harry Met Sally"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 장르 로맨틱 코미디






매거진의 이전글 이직의 시즌 - 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