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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욱이 Dec 01. 2023

캐나다의 스쿨버스

“STOP” or fine

 한국에서의 초등학교 등굣길은 단지 앞 건널목에 하나 둘 모인 아이들이 보행자 신호로 바뀌자마자 물밀듯이 쏟아져 건너고, 성공적으로 횡단보도 도하를 마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학교 교문까지 줄지어 행진하는 풍경이라면, 인구밀도가 낮은 캐나다에선 한국보다 도보 통학 인원이 훨씬 적은 편이다.


 그나마 근거리 학교에 자동으로 배정되는 공립학교는 도보/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거리제한 없이 입학할 수 있는 사립학교는 도보로 통학하는 학생이 손꼽히기도 한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캐나다엔 스쿨버스 통학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는데,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는 노란색 스쿨버스는 아이들 승하차 시 운전석 쪽에 붙어있는 “STOP” 팻말이 펼쳐지고 차량 뒤쪽엔 빨간색 플래시가 깜빡이게 된다.


 이땐 추월 금지는 물론이고, 중앙선 건너편의 차량들도 무조건 정차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스쿨버스에 타고 내릴 땐 해당 도로를 주행하는 모든 차량이 멈춰서 기다려줘야 한다.


 이를 위반 시 벌금과 벌점이 상당한데, 한국인에겐 생소할 수밖에 없는 스쿨버스 시스템이라 등하교 시간에 스쿨버스를 보게 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대를 잡게 된다.

If you don’t stop, you can be fined $400
to $2,000 and receive six demerit points
for a first offence.


 근거리로 배정되는 공립학교들은 집까지 일정거리 이상 떨어진 경우에 한해서만 스쿨버스를 이용 가능하고 비용이 무료지만, 사립학교는 이 같은 거리제한이 없는 대신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차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학교를 스쿨버스를 타면 1시간 넘게 이동해야 한다는 얘기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차로 등하교를 시키기로 정하게 됐다.



 말이 나온 김에 자차 등하교에 대해 적어보자면, 스쿨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자차로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모습이 근거리 자동배정되는 공립학교에선 낯설지만, 필자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처럼 스쿨버스 이동거리가 긴 학교에선 당연한 모습이라 등하교 시간엔 자녀들을 태우러 온 차량들이 줄지어 있어 학교 앞 도로에 정체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 하교를 기다리며 줄 서있는 학부모들


 이러한 정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대부분의 교직원들이 안전조끼를 입고 나와 차량을 인솔하는데, 여기엔 교장선생님도 예외가 없다. 아니, 오히려 제일 선두에 서서 차량들을 안내해 주신다.

학교 입구에서 차량 안내를 도와주고 계신 교장선생님


 게다가 한 달에 최소 한 번 이상 있는 ‘ㅇㅇ데이’에 모든 교직원들이 주제에 맞는 복장을 챙겨 입고 차량 및 학생을 인솔하는 모습 또한 꽤나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Mission Possible 기간에 Secret Agent로 변신한 교장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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