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donation
필자는 헌혈이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 믿고, 기회가 될 때마다 헌혈에 참여하는 편이다.
하지만 캐나다에 와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 바빠 헌혈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던 중,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커뮤니티센터(수영, 헬스, 스케이트, 농구 등 실내 액티비티 활동이 가능한 곳)에서 헌혈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배너를 보게 됐다.
이는 한국에서 헌혈버스로 군부대나 학교, 아파트단지 등의 장소에 직접 방문해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방문헌혈 행사일 게 분명했기에, 모처럼 헌혈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바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을 진행했다.
이렇게 헌혈 예약을 마치고 헌혈일을 기다리다 보니, 헌혈 이틀 전에 현재 헌혈이 가능한 컨디션인지 여부를 확인함과 동시에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언제라도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는 확인전화도 왔다.
헌혈 당일, 주차장에 헌혈배너로 랩핑 된 차량들이 보이길래 한국처럼 헌혈버스가 운행되는 거라 생각해서 가까이 가보니, 단순히 직원들과 짐을 싣고 온 차량들이었다.
헌혈버스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라면 건물 안에서 진행할게 분명해 커뮤니티센터에 들어가니 Gymnasium 입구에 아래와 같은 배너가 세워져 있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직원이 예약을 확인하는 동안 주의사항을 읽고 나면 전자문진에 필요한 바코드가 적힌 서류를 한 장 받을 수 있다.
헌혈 주의사항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헌혈 당일 샤워를 자제하라고 써있는 반면, 캐나다는 헌혈부위를 비누를 이용해 씻으라고 안내한다.
문진이 완료되면 헌혈 전 사전검사를 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된 부스 앞 좌석에서 대기하게 되고, 대기순서는 전면에 설치된 모니터로 확인이 가능하다.
검사내용은 한국과 비슷하게 신분 확인부터 컨디션 및 헌혈 제한국가 출입여부 확인, 간단한 피검사를 진행했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피 검사할 때 한국에선 항상 손가락 끝, 손톱 아래쪽을 찌르는데, 이게 상당히 아파서 엄살부리면 손가락 끝에 신경이 집중돼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캐나다는 피검사를 위해 손톱 아래가 아닌 손톱 옆 부분을 찌르는데 통증이 거의 없어서 나중에 한국에서 헌혈하게 되면 이쪽을 찔러달라고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간단한 검사를 마친 뒤 첫 번째 기증자라는 스티커와 함께 대기표를 받았는데, 헌혈한 피를 담을 팩까지 본인이 직접 들고 베드로 이동해야 한다.
대기하며 앞에 헌혈 중인 모습을 지켜보니 한국과는 다르게 기증자 한 명당 간호사 한 명씩 전담해서 헌혈 중엔 기증자 옆에 앉아 수시로 컨디션을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몰톡의 나라답게 피를 뽑는 10여 분 동안 컨디션을 묻는 질문 외 스몰톡을 계속 나누면서 말이다.
필자도 눕자마자 간호사님께서 처음이라도 긴장하지 말라며 걱정해 주셨고, 캐나다에선 처음이지만 한국에서 헌혈 경험이 꽤 있어 걱정 안 한다고 대답하니, 안 그래도 주사자국(needle mark)이 많은데 처음이라길래 의아했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한국 헌혈방식에 대해 스몰톡을 이어갔다.
헌혈을 마친 뒤 개별 테이블에서 과자와 음료를 취식하며 핸드폰을 보는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Refreshment Area라고 불리는 구역에 긴 테이블을 마련해 놓고 과자를 늘어놨는데, 헌혈을 마친 사람들은 테이블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과자와 음료를 먹는다.
이때, 본인이 어떻게 헌혈을 시작했는지, 몇 살 때 첫 헌혈을 시작했는지 등의 스몰톡을 주고받고, 음료를 챙겨주시는 직원분도 헌혈의 필요성, 특히 연말쯤 피가 많이 필요한데 잘 왔다며 스몰톡을 쉴 새 없이 나누는 모습을 보니 역시 스몰톡의 나라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캐나다에서의 첫 헌혈을 안전하게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캐나다 헌혈의 차이점은 헌혈 후 사은품과 헌혈증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영주권자 이상은 의료비가 무상이라 별도로 헌혈증이 필요 없는 건지 추측해 보지만, 확실치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