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욱이 Oct 18. 2023

JJJ의 계획 세우기

육아휴직을 언제 사용할까?

 걱정했던 것보다 손쉽게? 와이프로부터 육아휴직 승낙을 받아내고 나니 육아휴직 1년이란 소중한 시간을 알뜰하고 후회 없이 소비하려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천만다행인 건 내가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 중 극단적인 J의 성격이라 계획 세우는데 상당한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2008년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자마자 현재 급여를 바탕으로 이마만큼을 저축했을 때, 나이별로 이자를 포함한 누적 저축 금액이 얼마인지, 임의 변수값인 급여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대입해 해당 시점의 실질 현금가치는 어느 정도가 될지, ‘결혼을 하려면 이 정도는 돈을 모아야 하니 xx 살 때쯤 결혼하면 되겠구나.’, ’결혼 시기를 앞당기려면 지금부터 저축을 최소 이만큼은 해야 하는구나.‘ 등의 계획 세우기도 했고, 실제로 해당 저축 금액을 맞추기 위해 기호식품인 술, 담배를 꽤 오랜 기간(담배는 지금까지) 끊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엔 교제 중인 사람이 없었으니 김칫국도 이만한 김칫국은 찾기 힘들 거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어떤 계획을 세울지 첫 시작을 마치 커다란 도화지에 첫 획을 긋는 것과 같이 심사숙고했는데, 생각보단 너무 쉽고 뻔한 결론이 나왔다. 회사 휴가로 다니는 빠듯한 여행, 휴가 전 날 캐리어에 짐 싸놓고,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공항으로 떠나 리조트에 짐 풀고, 계획한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하며, 혹시라도 날씨나 현지 사정으로 취소된 일정이 생기면 속으로 크게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짐 풀고, 다음날 출근하는 일반 회사원의 휴가보다 좀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곳을 느끼고 살아보기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2021년 당시는 한국나이 기준으로 첫째가 7살이라 곧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다 보니 하루빨리 계획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반해, 둘째는 아직 4살이라 보육시설 없이 오롯이 케어하기엔 부담이었다.(어린이집 선생님들, 원장선생님 존경합니다.) 자칫하다간 육아휴직이 아닌 보육휴직이 될 판이었지만, ’그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0순윈데 뭐가 문제랴.‘ 싶다가도 한편으론 이 소중할 시간을 아이들도 함께 기억해 주길 바라는 욕심까지 생기다 보니 결국 둘째가 최대한 컸을 때. 즉, 첫째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에 사용하자는데 부부가 타협하게 됐다.

 

 계산해 보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에 따라 육아휴직 대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이며, 보통 초등학교 2학년 중에 만 8세가 되니 초등학교 2학년이 끝나는 2024년 2월 29일이 육아휴직 사용의 마지노선이 되는 셈이다.


 그래, 이때면 첫째는 10살이니 말할 것도 없고, 둘째도 7살이 돼 지금의 첫째처럼 사람구실 할 테지, 좋은 생각이다. 3년만 더 참자.

매거진의 이전글 불혹의 나이, 변화를 계획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