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언제 사용할까?
걱정했던 것보다 손쉽게? 와이프로부터 육아휴직 승낙을 받아내고 나니 육아휴직 1년이란 소중한 시간을 알뜰하고 후회 없이 소비하려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천만다행인 건 내가 요즘 유행하는 MBTI 성격유형 중 극단적인 J의 성격이라 계획 세우는데 상당한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2008년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자마자 현재 급여를 바탕으로 이마만큼을 저축했을 때, 나이별로 이자를 포함한 누적 저축 금액이 얼마인지, 임의 변수값인 급여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을 대입해 해당 시점의 실질 현금가치는 어느 정도가 될지, ‘결혼을 하려면 이 정도는 돈을 모아야 하니 xx 살 때쯤 결혼하면 되겠구나.’, ’결혼 시기를 앞당기려면 지금부터 저축을 최소 이만큼은 해야 하는구나.‘ 등의 계획 세우기도 했고, 실제로 해당 저축 금액을 맞추기 위해 기호식품인 술, 담배를 꽤 오랜 기간(담배는 지금까지) 끊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엔 교제 중인 사람이 없었으니 김칫국도 이만한 김칫국은 찾기 힘들 거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육아휴직 기간 동안 어떤 계획을 세울지 첫 시작을 마치 커다란 도화지에 첫 획을 긋는 것과 같이 심사숙고했는데, 생각보단 너무 쉽고 뻔한 결론이 나왔다. 회사 휴가로 다니는 빠듯한 여행, 휴가 전 날 캐리어에 짐 싸놓고,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공항으로 떠나 리조트에 짐 풀고, 계획한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하며, 혹시라도 날씨나 현지 사정으로 취소된 일정이 생기면 속으로 크게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와서 짐 풀고, 다음날 출근하는 일반 회사원의 휴가보다 좀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곳을 느끼고 살아보기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2021년 당시는 한국나이 기준으로 첫째가 7살이라 곧 초등학교 입학 예정이다 보니 하루빨리 계획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반해, 둘째는 아직 4살이라 보육시설 없이 오롯이 케어하기엔 부담이었다.(어린이집 선생님들, 원장선생님 존경합니다.) 자칫하다간 육아휴직이 아닌 보육휴직이 될 판이었지만, ’그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0순윈데 뭐가 문제랴.‘ 싶다가도 한편으론 이 소중할 시간을 아이들도 함께 기억해 주길 바라는 욕심까지 생기다 보니 결국 둘째가 최대한 컸을 때. 즉, 첫째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에 사용하자는데 부부가 타협하게 됐다.
계산해 보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에 따라 육아휴직 대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이며, 보통 초등학교 2학년 중에 만 8세가 되니 초등학교 2학년이 끝나는 2024년 2월 29일이 육아휴직 사용의 마지노선이 되는 셈이다.
그래, 이때면 첫째는 10살이니 말할 것도 없고, 둘째도 7살이 돼 지금의 첫째처럼 사람구실 할 테지, 좋은 생각이다. 3년만 더 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