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from?
지난 12월 29일 저녁, 아이들과 함께 다운타운에서 뮤지컬을 보고 귀가하던 중, 갑자기 차가 막힌다 싶더니 저 앞에 경찰차가 서있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경찰차가 출동해 교통통제를 하는 터라 이번에도 밤길이라 사고 났나 보다 생각하는데, 바닥에 붉은 램프들이 유도등처럼 깔린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 뒷자리 아이들의 안전벨트 착용여부를 확인하고 앞차를 따라가며 분위기를 살펴보니, 마치 한국의 음주단속과 흡사하다.
한국 음주단속 때 경찰관이 들이미는 음주측정기를 불어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하는 걸로 간단히 끝났던걸 떠올리며 당당하게 창문을 열고 인사했는데, 경찰관이 음주측정기를 내미는 게 아니라 플래시를 얼굴에 비추고 유심히 살펴보며 ‘Where are you from?’ 하고 물어본다.
순간, ‘무슨 일이지? 음주단속이 아닌가? 무슨 지명수배자라도 찾나?’하는 오만생각과 함께 ‘I’m from South Korea’라는 대답이 자동으로 나왔다.
마치 ‘How are you?’ 하는 인사를 받으면 뇌를 거치기도 전에 ‘I’m fine, thank and you.’라는 대답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대답을 들은 경찰관은 살짝 당황하며 ‘Alcohol check today, Where are you coming from?’ 하고 되묻는다.
‘젠장, 오늘도 이불킥 각이구나.’
어쨌든, 공연 보고 오는 길이며 뒷자리에 아이들도 타고 있어 당연히 술은 안 먹었다고 대답하자 뒤쪽 창문을 열고 아이들의 안전벨트 착용여부까지 확인하는 걸로 캐나다의 첫 음주단속을 무사히 마쳤다.
그나저나 캐나다에서 음주단속할 땐 경찰관 판단에 취해 보여야 추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체크하는지는 몰라도, 필자가 겪은 음주단속은 음주측정기 대신 플래시를 들고선 얼굴을 살피고, 어디서 오는 길인지와 술 먹었는지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
아, 운전자 및 동승자들의 안전벨트 착용여부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