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1999
소싯적 CGV VIP를 매년 유지했던 필자는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엔 뽀로로 극장판을 보러 갈 때나, 가끔 마블의 대작이 개봉해 심야영화를 보러 가는 것 외엔 영화관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OTT서비스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가뭄에 콩 나듯 가던 영화관도 COVID-19 이후엔 아예 발걸음을 끊게 됐고, 판데믹 종식 이후엔 체감상 두 배 가까이 오른 티켓값은 물론, 몇 달 지나면 OTT로 거실에서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를 좀 더 일찍 보기 위해 말 안 듣는 두 아이를 외출 준비시키는 수고는 사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왔을 땐 단순한 개인 호기심으로 영화관을 방문해보고 싶었지만, 한국보다 비싼 물가에 영화관은 차마 알아볼 엄두가 나질 않아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2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은 영화가 5불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됐다.
특별한 조건 없이 4인 $20.00이면 괜찮은 딜이라 바로 예매하려는데, 회원이 아니다 보니 영화표를 미리 예매하면 예매수수료가 1인당 $1.50씩 추가됐다.
예매수수료에 낯설기도 하고, 영화표 가격의 30%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게 괜히 아까워 좌석을 확인해 보니 좌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어차피 자리도 넉넉한데 현장에서 결제해서 보자고 결정하고 나니, 아이들 하교 직후 바로 상영하는 영화를 관람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티켓 발권부터 입장, 입장 후 광고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를 사전에 파악해 두기 위해 와이프와 단 둘이 영화관으로 출동했다.
멋지게 꾸며놓은 입구를 들어서니 국내 멀티플렉스와 별 차이 없이 오락실부터 팝콘 부스가 함께 있었고,
영화관 입구로 들어서자 키오스크로 티켓 발권을 매우 간단하게 할 수 있었으며, 입장도 한국과 크게 다를 바 없어서 선발대로 와보자고 제안한 게 민망할 정도였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도 적어 조용히 관람했는데, 너무나 당연히도 영어 자막이 없다는 걸 영화가 시작된 뒤에서야 깨달았고, 그동안 얼마나 자막에 의존해서 보고 있었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