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여행 출발
이번 여행의 시작은 워싱턴 D.C. 외곽에 있는 첫 목적지까지 구글맵 기준으로 8시간 반이 걸릴 예정이라 집에서 언제 출발하냐는 게 관건이었는데,
오전에 출발하자니 저녁시간 이후에나 도착해 하루를 온전히 길바닥에 버려야 할 테고, 새벽에 출발하자니 시간은 벌어도 심적으로 부담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9일간의 긴 여행일정이다 보니 첫날부터 무리하지 말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었는데,
출발 전날 ESL 영어수업에서 봄방학(March break) 계획을 발표하고 나니 한 중국인 친구가 쫓아와 워싱턴으로 가는 길은 차가 많이 막힐 거라며 운전 조심하라며 신신당부를 한다.
결국 새벽에 출발하는 걸로 최종 결정해서 집에 오자마자 필자는 부랴부랴 차에 짐을 실어놓은 뒤 잠을 청했고,
와이프는 아이들의 학습지를 평소보다 많이 시켜 여행기간 동안 빼먹을 공부를 조금이나마 보충함과 동시에 워싱턴 가는 길에 차에서 최대한 늦게 일어나도록 평소보다 늦게 재웠다.
새벽 2시 반에 필자 먼저 눈을 떠 나머지 짐을 싣고, 와이프와 함께 잠든 아이들을 들쳐 옮긴 뒤 출발하려고 네비를 켜니 도착 예정시간이 11시 33분으로 찍힌다.
이 도착 예정시간이 중간에 한 번도 안 쉬고 교통량이 늘어나지 않았을 경우라는 걸 알기에 현실적으론 최소 12시는 돼야 도착하겠다는 생각으로 막막했지만,
1분 1초도 지체할 시간이 없어 크게 한숨 한 번 쉬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인 나이아가라폭포에서 미국으로 건너는 레인보우브릿지에서 입국심사 할 때 한 번,
중간에 주유할 때 한 번 빼곤 아침식사도 달리는 차에서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쉬지 않고 달렸더니
거진 9시간 만에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인 Steven F. Udvar-Hazy Center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미국 국경을 넘자마자 거리단위가 ‘마일’로 바뀐 데다 제한속도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적응하는 데까지 살짝 고생하긴 했지만,
새벽시간이라 그런지 차가 거의 없어서 힘들지 않게 운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