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blossom Spots
봄비가 지나고 나니 봄소식을 앞다퉈 알리듯, 여러 야외 시설들이 2024년 시즌을 맞아 개장할 거라는 뉴스레터들이 날라오기 시작했는데, 그중엔 4월 말 경엔 벚꽃이 만개할 거라는 소식이 있는 게 아닌가.
한국에서 벚꽃구경 다닌 추억을 떠올리며 어디로 피크닉을 갈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구글링으로 ‘Cherry Blossom Spots’을 검색했더니 벚꽃 현황 모니터링사이트까지 있는 토론토의 하이파크(Highpark)가 가장 볼만해 보였지만, 인파 또한 상당하다는 소리에 다른 곳을 물색하게 됐다.
참고로 하이파크에 심어진 2,000여 그루의 벚꽃나무는 1959년 캐나다 주재 일본대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에 거주하는 일본인 난민들을 위해 기증해서 심어졌다고 한다.
차선으로 알아본곳은 500여 그루의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토론토 인근 이토비코 Centennial Park였는데, 집에서 불과 25km 거리라 이곳으로 결정하고 날씨 좋은 주말에 방문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공원이 상당히 넓어 띄엄띄엄 심어진 500여 그루의 벚꽃나무로는 한국의 벚꽃길 같은 감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젠 땅덩이가 넓어 뭘 꾸며도 어설픈 게 너무 당연하게 생각돼서 그러려니 하고 구경 후 돌아왔다.
사실 이번 벚꽃구경의 백미는 집 근처 벚꽃스팟을 방문했을 때다.
애초에 구글에서 집 근처 ‘Cherry Blossom Spots’을 검색했을 때 토론토의 High Park, 이토비코의 Centennial Park, 오크빌의 Gairloch Gardens를 찾았었는데,
Gairloch Gardens는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인 데다, 아이들이 매주 미술수업을 듣는 갤러리 바로 옆 공원이라 따로 찾아가지 않더라도 아이들 미술수업 이후에 잠시 들러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 수요일, 미술수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이끌고 바로 옆 Gairloch Gardens로 넘어갔는데, 이 멋진 공원 풍경에 감탄도 잠시, 벚꽃나무가 안 보였다.
불과 며칠 새 벚꽃이 다 떨어졌나 의아해하며 산책하다 보니, 저 멀리 벚꽃나무가 보이기 시작해서 다가갔는데,
아무리 ”small collection” of Cherry Trees라도 그렇지 설마 단 두 그루만 있는걸 벚꽃스팟이라고 소개해놨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결국 멀리서 벚꽃나무가 단 두 그루만 있는 걸 본 아이들이 안 봐도 된다고 도망가는 바람에 사진 한 장 못 찍고 우리 가족의 2024년의 벚꽃구경은 이렇게 마무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