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저도 하늘에 별따기
앞선 이유로 장고 끝에 행선지를 캐나다로 정했으니, 이 넓은 캐나다 어느 곳에 거처를 마련할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만리타국에서 살아보기로 정해진 뒤론 와이프도 꽤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캐나다 땅덩이가 넓다는 건 아이들도 방 한켠에 도배해 둔 지도를 봐서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캐나다 살이가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 좀 더 관심이 생기게 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나라라고 한다. 면적이 무려 998만 km². 수치가 체감이 안돼 우리나라의 넓이를 찾아보니, 면적은 10만 km², 순위는 109위라고 한다. 즉, 캐나다는 우리나라의 국토면적의 무려 100배 정도 되는 크기라니 엄청나다.
그에 비해 인구는 어떠한가? 면적이 1/100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 인구가 캐나다보다 더 많다. 그마저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4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하니 인구밀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이 난다. 아니, 반대로 인구밀도 높은 수도권에만 살다 보니 인구밀도 낮은 나라는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안 간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물론 캐나다도 인구도 동부서부에 집중돼 있다지만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비교가 불가할 것이다.
출처: https://www.worldometers.info
이렇게 넓은 땅덩이에서 정착할만한 곳을 도시별로 나열해 보니 서부의 밴쿠버, 중서부의 캘거리, 캘거리 위쪽의 에드먼턴, 중동부의 위니펙, 동부의 토론토, 캐나다의 수도인 오타와, 그 위로 불어를 사용하는 몬트리올과 퀘벡 등 여러 도시가 눈에 띈다. 여기서 불어가 필요한 도시를 제외하고, 추운 겨울로 유명한 캐나다에서 상대적으로 덜 추운 곳을 골라보니 자연스레 캐나다 동부의 토론토 인근으로 결정됐다.
토론토 ‘인근’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토론토 주변으로 발달한 위성도시들이 붙어있는데, 이를 묶어서 광역토론토, GTA(Grater Toronto Area)라고 부른다고 한단다.
출처: https://en.m.wikipedia.org/
넓디넓은 캐나다 땅덩이에서 이 정도로 후보지를 좁혀놨으니 지역은 이쯤 알아보고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하려는데, 아차, 캐나다는 새 학년 시작이 9월이다. 계획대로 24년 2월에 넘어간다면 학기 중간에 들어가는 셈이 돼버리는데, 안 그래도 낯선 이국에서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 아이들 보고 학기 중간에 들어가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다. 결국 새 학년을 함께 시작시키기 위해 23년 9월 신학기 입학을 목표로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이 외에도 지역별 범죄율, 초등학교 랭킹, 초등학교별 외국인 비율, 지역별 물가, 커뮤니티센터/도서관/YMCA 접근성, 지역별 인종비율, Walmart/IKEA/COSTCO 등의 마트 접근성 등등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정리해 봤는데, 나중에 집을 구해보니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 생략하기로 한다.
코로나가 종식돼 가는 분위기로 2023년 초부터 캐나다 렌트 수요가 늘어나더니 본격적으로 캐나다 집을 구하기 시작한 2023년 5월엔 엔데믹 선언으로 캐나다 유입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렌트비용이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상승한 건 둘째 치고,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하우스를 구해 전원주택생활을 해보자던 로망은커녕, 일반 콘도(한국의 아파트)조차도 세입자를 가려 받으니 내가 원하는 지역에 집을 구하는 게 아니라, 날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감지덕지하며 정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내가 집주인이고 세입자를 구하려는데 전월세난으로 한국인들이 줄 서서 계약하려는 상황이고, 그 와중에 느닷없이 대만에 사는 회사원 주걸륜 씨가 월세계약을 하고 싶다고 연락하면 쳐다도 안 보겠더라.
결국 위에 알아본 여러 지표로 점찍어봤던 지역들은커녕 집을 못 구해 캐나다행이 좌절되려는 찰나, 비록 10년이 넘은 오래된 콘도지만 극적으로 계약이 성사돼 캐나다 이주 준비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남은 건 이삿짐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