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렇게 하나의 점이다.
한 문장을 쓰고 나서 마치는 점이 아니라
이어나가는 점이다.
매일매일 점하나를 찍는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점.
오늘 무언가 나를 위해 발전적인 일을 한 흔적의 점.
당신과의 관계에서 더 이루어나간 점.
점은 모여서 모양을 만들기 시작하지만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지는 알 수는 없다. 그냥 나는 펜 뚜껑을 열고 아무 곳에나 찍고 뚜껑을 닫는다.
어느 날 멀리서 점들을 바라보니 아무 모양 없이 엉터리의 그림이다. 멋진 사람 모양이나 하트 모양을 기대했지만 영락없이 제멋대로의 모습이다.
그게 누군가가 봤을 때 '와 엄청 멋있는 그림이다'가 아니면 어떠할까. 다른 사람에겐 안 보여도 나에게는 점 하나하나가 의미 있는 하루였고 고생의 증거이며 삶의 흔적이다. 그렇다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추상화이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의 추상화를 보며 '이 사람이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걸까' 라며 작가를 농락했지만 이제야 추상화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감상에 젖었지만 그림은 추상화에서 누가 보기에도 멋진 그림으로 여전히 바뀔 수 있다. 그저 오늘 하루 점 하나를 더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