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발은 안 신은 지 오래되지 않았어?"
"안 신는 신발은 버려도 되지 않아?"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데도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새 신발을 사고 싶은 마음과 같이 움직인다.
신발 장안을 들여다보니 유행이 지나고 낡은 신발은 역시나
뻣뻣해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그 새롭게 시작하려던 그 마음도 사라져서 구석에 처박혀 있다.
신발끈이 삭아서, 가죽이 딱딱해져서, 굽이 너무 닳아서 여러 가지 다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찾지만 내가 외면해버린 식어버린 의지가
나에게 책임을 묻는 것 같아서 차마 버릴 수가 없다.
내가 외면해버린 의지의 숫자만큼 쌓여 늘어가는 나의 의지 박물관,
죄책감 냉장고, 즉 나의 신발장은 다시 문이 닫히고 또 새로운 친구들을 맞이한다.
본질과 상관없는 습기 제거와 냄새 제거는 왜 찾아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