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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와 글쓰기

by SM

회사에서 성과 관리 process중 첫 번째로 '목표 설정(Objective Setting)'을 교육하는데 흔하게 써먹는 근거로 예일대 조사라는 것이 있다.


1953년에 예일대 졸업생 들에게 '당신의 인생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글로 써놓은 것이 있는가'라는 설문을 했고 3%만 그렇다고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년 후에 추적 조사해보니 그 3%의 재산이 나머지 97%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재산이 많은 것이 곧 성공이라고 등식화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도 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설문은 애초에 하지도 않아서 누가 그냥 지어낸 얘기라 밝혀져서 신빙성은 상당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 동안 이 설문은 너무 그럴듯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용했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세우고 글로 써야 한다는 것에 대한 근사한 근거가 되었다.


게다가 이 설문이 허구였다 하더라고 '목표를 글로 써놓는 것이 행동에 미치는 좋은 영향력'이 결코 거짓일수는 없다.


우스개소리로 돌아가신 김영삼 대통령으로 부터 배울 점은 2가지 인데 하나는 꾸준히 조깅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학교 때 부터 이미 책상 앞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고 목표를 세워 써 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목표를 글로 써놓는 것 그리고 그걸 자꾸 상기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까지 이 모든 것들은 나의 행동을 독려하거나 바로 잡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가령 내 목표가 다이어트이고 매일 30분씩 러닝 머신을 타기로 했다고 해보자.

만약 이걸 머리속으로만 생각했다면 이 약속의 이해당사자는 나 한 사람이다. 그래서 귀찮고 하기 싫은 순간에 적당히 나와 타협하기 너무 좋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날이 추우면 날이 춥다고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만들어 약속했던 운동을 나가지 않을 구실을 만들수 있다.


그런데 이걸 글로 써놓는 순간 약속은 훨씬 더 강력한 Binding을 가진다. 그것도 자꾸 그걸 보게 되면 스스로 채찍질해서 약속을 지키게 끔 만드는 큰 효과가 있다.


여기에 더해 그걸 사람들 에게까지 알렸다면 이제 내 약속에 대한 이해당사자는 훨씬 더 많아졌고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훨씬 많아졌다는 뜻이다. 물론 의외로 다른 사람들은 그 약속에 대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길수도 있고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설혹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비난하거나 평가절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훨씬 큰 합리화와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사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연초에 세운 목표 때문이다.

요 몇 년 특히 코로나 기간 동안 거의 매일 하릴없이 유튜브나 넷플릭스 틀어놓고 편의점 4개 만원 맥주 사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편하게 시간 보내고 사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뭔가 그래도 생산적인 일을 해보자 생각했고 스스로 2가지 약속을 했다. 하나는 집에서 술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렇게 최소한 일주일에 1편씩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냥 일기 같은 글이라도 써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걸 회사 팀원들에게도 알렸다. 물론 어쩌면 말한 것 처럼 그들은 벌써 내가 이런 약속을 했는지 조차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글이 밀리면 팀원들과 약속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사실 별로 쓸 내용도 없고 너무나 개인적인 얘기들이라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글도 아닌 것도 많고 또 글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니라서 팀원들과의 약속 정도만 지키면서 내 만족과 나에 대한 기록 정도로 남기려고 했다.

그러다가 누가 여기 Brunch라는 공간을 알려줬고 이게 어쩌면 내 약속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게 되는 것이니 더 강력하게 나를 옭아 메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기록을 남기는 일은 내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일이고 큰 목표이다. 그리고 말로 떠드는 수다에 능하지 않으니 대신 여기서라도 떠들어야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또 글을 써야한다.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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