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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맥길로이 마스터스 우승

로리맥길로이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by SM

골프선수 로리 맥길로이가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을 했다.


마지막 퍼팅을 하고 그는 퍼터를 떨구고 엎드려 오열했다. 한참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머리를 감싸 안은채 흐느꼈다. 꽤 오랜 시간이었다.


보통 골프대회 우승을 하면 주변 동료들이 달려와 물을 뿌리거나 얼싸 안으면서 축하를 해주는 데 어제 로리 맥길로이에게는 누구도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골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봐도 그 간절함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거기에 따른 희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프로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대회 3개를 연달아 우승했다. 금방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단추인 마스터스 대회도 우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로 부터 장장 11년이 걸린 것이다.

우승이 확정된 후 그 11년의 도전과 좌절이 파노라마 처럼 혹은 슬라이드 사진 처럼 기억을 스쳤을 것이다.


어찌보면 간절함이란 이루어지지 않는 것 혹은 이루기 너무 어려운 것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인 것 같다. 일상적으로 가볍게, 쉽게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간절함이 생길 리 없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도전과 좌절을 겪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비로소 그 절실한 열망이 간절함으로 전환되는 것 같다. 게다가 더 가혹한 것은 그 노력과 시간과 도전과 좌절이 얼마나 쏟아 부어야 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처럼 그건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연유로 운동선수들은 루틴(Routine)이 생기고 징크스(Jinx)가 생기고 소위 입스(yips)가 생긴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 더 나은 기록을 내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아주 사소한 변화도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


오늘 경기가 잘 풀렸는데 어제와 다르게 한 행동이 있었다면 그 행동을 또 반복함으로 다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루틴이 생기는 것이고 거꾸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던 날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이 있다면 그게 또 나타날까 두려워하고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징크스가 된다. 그런 심리적 압박감이 근육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예상하지 않은 몸동작을 만드는 것이 입스인 셈이다.

이 모두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간절함에서 이어지는 것이다.


로리 맥길로이의 오열을 보다가 나는 평생 어떤 일에 그런 간절함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없다.


굳이 찾아보자면 대학 입시 정도.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까지 6년을 대학 가기 위해 공부했으니 그때는 상당한 간절함이 있었다. 합격 했을 때 날아갈 듯 기뻤다. 그러나 아주 짧은 환희였고 얕은 만족이었다. 설혹 불합격했다해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났을 것 같다.


그것 빼면 내 인생에서 간절함은 찾기 힘들다.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 취업할 때나 그 뒤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고 면접보고 결과를 기다릴 때 며칠간 약간의 간절함이 있었다. 사실 약간의 '간절함'은 형용모순이라 결국 그냥 약간의 기대나 희망 정도였지 벼랑 끝에 밀린 심정이라거나 다른 사람 혹은 신에게 깊은 기도를 드릴 만큼의 절실함은 아니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수 없고.


되짚어 보면 모든 것이 그랬다. 연애할 때도 그랬고 주식투자를 할 때도 그랬고 골프 칠 때도 그랬고 회사에서도 그랬다. 바람과 희망의 크기가 늘 달랐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좌절하거나 자책할 정도는 아니었다. 앞에서 말한 것에 등치해보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과 도전과 좌절 같은 것은 내 인생에 없었던 거다.


누군가 열정 없는 인생, 도전하지 않는 인생, 현실에 안주하는 인생, 밋밋한 인생이라 말해도 딱히 반발하기도 어렵다.


또 곰곰히 생각해본다. 반문한다. 간절함이 있는 삶이 성공한 삶인가? 굴곡진 삶이 아니고 순탄한 삶은 잘못인가?

모든 사람이 사장일수없고 1등일수 없고 대통령일수 없고 또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을 희망하거나 그렇게 되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것이다. 결국 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50여년 큰 굴곡없이 큰 간절함없이 소소한 성공과 좌절을 겪으면서 이어진 내 삶을 사랑한다. 또 나는 내 아이들도 큰 성공을 위해 소중한 것을 잃을 바에야 작게 잃고 작게 성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그건 그들의 몫이고 그들의 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이므로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2015년 새해 첫날 facebook에 남겼던 글이다. 오늘도 매일 매일 나는 이렇게 살아간다.

"2014년도 그럭저럭 살았고 2015년도 그냥 그렇게 살았으면 한다. 뭐 특별할 것 없는 이 땅의 장삼이사,갑남을녀로 별일 없이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로리 맥길로이의 우승을 축하하며...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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