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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생과 미라클모닝

by SM

요즘 MZ세대 사이에 새로 생겨난 신조어 중 '갓생' 이란 말이 있다.

'갓생'은 'God (신)'과 '인생 (life)'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한다.

또 다른 유행어로는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이 있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 운동, 자기계발 등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런 개념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예전에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거나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쓰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목표에 집중하는 시도는 많았다. 단지 이름과 표현이 시대에 맞게 변했을 뿐이다.


기성세대, 더 나아가 ‘꼰대’가 되어버린 내 입장에서 보면, 젊은 세대가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목표를 세워 부지런히 사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무엇보다 이런 흐름이 나를 자극하여 유튜브 쇼츠 보는 시간을 조금은 줄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지금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낭비,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큰 시간 소비는 유튜브 쇼츠이다. 슬프다. 부끄럽다.)


'꾸준함'이 핵심

내 생각에 '갓생'과 '미라클모닝'의 가장 핵심은 '꾸준함'인 것 같다.


스스로를 자극하고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단순히 한 두번으로 결과를 얻는 일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성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것들은 한 두번 반짝 정신차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매일 매일 끊임없이 Remind하여 마음을 다 잡고 시작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일상속에 자리잡아 '습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성과를 얻고 결실을 맺게 된다.


마치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려면 아침 저녁 매일 양치를 해야하는 것과 같다. 어느 하루 어떤 영감을 받아서 양치를 5시간 한다고 치아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늘 하는 일상의 습관으로 아침 저녁 양치를 해야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꾸준함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매번 새로 시작하는 그 순간이 귀찮고 괴롭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정리부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이불을 정리하는 건 사소하지만 귀찮은 일이고, 누가 시키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꾸준함을 유지하여 습관으로 만들려면 3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계기(Trigger) – 시작하게 만드는 순간

동력(Motivation) –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

탄력(Momentum) – 작은 성취를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는 힘


사례 1: 자전거

2011년, 나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계기(Trigger)는 단순했다. 몸이 불어 운동을 해야겠다 '궁리'만 하던 시점에 형이 집에 노는 자전거 있는데 가져가서 타라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전거 타기에 재미를 붙였다.


꾸준하게 출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게 된 동력(motivation)은 2가지 인데 하나는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였다. 당시에 유행하던 방송(?)이었는데 출퇴근길에 들으면 너무 재미있어서 자전거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하나는 당연한 결과물이겠지만 '체중감량'이었다.

아침저녁으로 2시간 거의 50Km씩 매일 자전거를 타니 체중이 순식간에 쭉쭉 빠졌다. 87kg에 육박하던 체중이 거의 1년만에 66kg까지 내려갔다. 몸이 너무 가벼웠고 자연스럽게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탄력(Momentum)이 붙은 것은 Endomondo라는 운동기록 어플이었다. 이 어플에 기록을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일종의 경쟁을 하면서 하루하루 기록을 갱신하고 등급이 올라가면서 매일 작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다 결국 자전거가 시들해진 것은 앞에 말한 동력(motivation)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자전거 타면서 들었던 팟캐스트도 중단되었고 체중감량도 한계에 부딪혀 진전이 없어지게 되면서 자전거를 타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탄력(Momentum)의 힘이 되어 주었던 Endomondo라는 어플이 서비스 종료하게 되면서 자전거타기는 일상적인 운동이 아니라 특별한 날에만 하는 활동이 되었다.


사례 2 : 공동 책 집필


또 한번은 외국계회사 인사팀 모임에서 알게된 2명과 같이 글을 써서 책을 냈던 경험이다.

이 때도 계기(Trigger)는 단순했다. 외국계 회사 인사팀 업무를 정리하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책을 남겨보고 싶은 마음으로 3명이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그런데 각자 글을 쓰니 너무 진도가 안 나갔다. 말 그대로 동력(motivation)도 없고 탄력(Momentum)도 없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고 격려하기 위해 주말마다 스터디 카페같은 곳에 모여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최소한 모여 있는 동안은 뭐라도 써야 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꽤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막고 글쓰기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책 출간을 격려해줄 후원자를 한 명씩 데려와서 주기적으로 밥과 술을 사주고 우리 원고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피드백을 받는게 목적이라기 보다는 제 3의 감시자에게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어 놓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뒤에 다행이 책을 낼 만큼의 글을 썼고 약속된 일정에 책을 낼 수 있었다. 물론 사실상 큰 역할이 없었던 후원자들에게도 거한 술을 사는 것으로 감사를 표했다.


결국 돌이켜보면 계기(trigger)를 이어갈 '꾸준함'은 마음만 먹는다고 될 일은 아니고 그게 습관이 되도록 이어질 수 있는 동력(motivation)과 탄력(Momentum)이 필요한데 이런 장치들과 도구들을 찾는 것 역시 우리 각자의 몫인 것이다.


'갓생'과 '미라클모닝'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에너지를 잃지 않고 꾸준히 원하는 일을 이어나가기를 기원하고 그럴 수 있는 다양한 동력(motivation)과 탄력(momentum)을 찾고 개발하기를 바란다.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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