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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Oct 24. 2018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눈물이 계속 났다.

직접적으로는 주인공들의 죽음이,  죽음을 목도한 사람들의 우는 모습이 내 눈물샘을 자극했겠지만,  더 깊게는 인물 하나하나가 갖는 삶의 여정이 암울하고 슬펐던 시대와 맞물려 눈물이 났다.  특히 마지막 회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새드엔딩이었다.  끝나고도 오래도록 슬픈 여운이 남는다.                                                                                                

유진초이가 일본 귀족에게 총구를 겨눈 체  사랑하는 여자에게 "앞으로 나아가라, 나는 한 걸음 물러날 테니"라고  할 때 '아, 죽는구나!'했다. 그리고 일본군 총에 맞아 죽어가는 그 남자의 얼굴을 보며 그의 삶이 내 머릿속에 떠올라 슬펐다.  그가 살아온 삶이, 제대로 편히 발 뻗고 누워본 적 없을 것만 같은 그의 고달팠던 인생이 떠올라 불쌍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차별받고, 도망쳐 달아난  남의 나라에서 또 차별을 받으며 심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여러  전장에서 수 없이 다치고 죽을뻔한 뒤 다시 태어난 땅에 돌아온 남자. 그리고 운명적 사랑을 만나 알콩달콩한 삶이 그에게도 찾아오는가 싶었지만 그 순간은 찰나였고 그 사랑으로 인해 아프고 기다린 시간이  더 많았던 사람. 끝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사람.  


사랑하는 남자에게 업혀 죽어가던 이양화의 모습도 그랬다. 비정한 아버지에게 태어나, 딸바보 아빠를 둔 대다수의 다른 딸들은 겪지 않았을 삶을 산 여인.  자기 자신 하나 지키려 익힌 언어와 검술로 제 아비와는 다른 길을 택하여, 그 업보를 조금씩 갚으며 산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제대로 한 번 같이  웃어보지도 못하고 끝내 그의 등에 업혀 죽을 때에야 그 마음을 보이고 외롭게 살다가 의롭게 죽은 사람.  


구동매의 삶은 어떤가.  불사신처럼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살아왔지만 끝내 그의 삶 또한, 그가 무신회를 택했을 때 어떻게 죽게 될지 예견했던 것처럼,  새드 앤딩이었다. 그의 인생에 사랑으로 반짝이던 시기가 있었을까! 언제나 뒤에 서 있기만 하던 남자.  자신을 오랫동안 바라본 여인이 있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친구 같은 여인의 마음은 눈치채지 못한 사람.  한 여자에 미쳐,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허상에 대한 집착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자기에게 다가온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어긋난 뒤에야 슬퍼한  남자.


그나마 김희성의 삶에는 조금의  평안함이 있었을까?  부끄러운 삶을 살기 싫어 어느 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지내던 사람.  한 여인을 만나고 자각하고 "무용의 삶에 그대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던 사람은 너무도 허무하게 스러졌다.  


고신애는 드라마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의병을 키우는 일을 했지만 10년 후 도미가 성장했을 그때에,  그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 후로도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독립한 조국을, 그녀는 보았을까? 조국으로 돌아올 수는 있었을까?  그녀의 불꽃같은 삶은 멋진 것이었으나,  평생 가슴에 남은 한 남자를 그리워하며 살았을 애처로운 사람.    


이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들은 신기하게도 그들 삶의 역사가 모두 느껴지는 인물들이었다.  장승구, 황은산, 함안댁, 행랑아범, 호타루, 유조, 수미, 도미, 임관수일식, 춘식... 이완익, 모리까지도.


짧다면 짧은 12주의 시간은 즐거움은 물론 각각의 인물에 빠져 함께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그 시대 살았던 모든 이들의 아픔에 미안함을 전하며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음에 감사하며 굿바이 미스터 션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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