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의 ‘2022년 트렌드 코리아’에 등장한 ‘바른생활 루틴이’는 “바른생활을 추구하며 스스로 정한 생활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런 정의라면 나도 ‘바른생활 루틴이’에 해당되는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스스로에 대해 새삼 깨달은 것은 ‘난 무척 성실한 인간이구나’라는 것이다. 루틴(routine)을 만들어서 행동하는 건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습관으로 만들려면 성실해야 한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헬스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문 닫기 이전 3개월 동안의 PT와 운동의 노력은 헬스장이 쉬던 6주 동안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사실 몸무게와 체지방률은 3개월 동안 그리 큰 변화는 없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의 체지방률이 35.6%였다. 한 달 후에 31.7%로 내려갔지만, 근육량이 조금 올라서였지 체지방량이나 몸무게가 빠진 건 아니었다. 그다음 한 달 후에는 체지방률이 33.8%로 다시 올랐고, 6주가 지난 후 다시 PT를 시작할 때는 34.7%였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와 별반 차이 없는 체지방률이었다. 나름 운동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했지만, 충분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운동하는 흐름이 깨져서 마음을 다시 다잡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후배가 PT 횟수가 끝나면 재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쉬는 기간에 집에서 홈트를 했는데 할만했다며 PT는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홈트를 얼마나 열심히 한 건지 쉬는 기간 근육량이 올라가서 운동할 때보다 결과가 더 좋게 나왔다. 후배는 홈트의 루틴이 먹혔다는 생각에 더 이상 PT를 받지 않아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뭐야~ 같이 운동하자고 나를 끌어들여 놓고 혼자만 빠져나간다고!!” 하며 같이 운동하자고 했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요”라며 남은 횟수만 채우겠다고 했다. 내적 갈등에 휩싸였다. ‘효과도 없어 보이는데 나도 남은 것만 하고 말까, 체지방을 빼보겠다고 시작한 거니까 계속할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러던 와중에, 트레이너가 2:1보다 1:1로 하면 집중해서 가르칠 수 있고 효과도 더 잘 보게 될 것이라며 현혹하는 말을 했다. 후배는 홈트로 해결이 되었다고 하는데, 난 홈트로 해결될 것 같지 않기도 했다. 혼자서는 아무래도 굳은 의지를 갖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1:1 PT를 해 본 적이 없으니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재등록했다.
그렇게 PT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 1년 7개월째다. 그 사이 트레이너는 세 번 바뀌었다. PT 등록과 헬스장 등록이 별도여서 여기에 투자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작년 1월에 다시 운동을 시작한 이후 한동안, 근육량은 도무지 오르지 않았고 몸무게와 체지방량이 조금씩 줄었지만 체감할 정도의 급격한 변화는 없었다. SNS를 통해서 본 살 뺀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극적인 변화를 맞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불과 2-3개월 만에 몇 킬로를 뺐다는 얘기가 많고 단순히 몸무게뿐만 아니라 복근을 자랑하는 사진들이 넘쳐났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튜버, 인플루언서는 물론이고 회사 동료도 3개월 지나니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좌절했다. 나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변화가 없느냐며 트레이너에게 하소연하면, “극단적으로 살을 빼는 사람들은 식단도 철저하게 하고 매일 운동한다” 고 했다. 나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거니까 그렇게 단기간에 빼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위로했다. 운동은 매일 하는 게 좋지만, 그게 어려우면 밥 먹는 양을 줄여보라고 했다. 다만 운동 후에는 단백질을 먹는 것이 중요하니 챙겨 먹으라고 했는데, “운동 끝나고 집에 가면 밤 10시인데, 그 시간에 뭘 먹고 자면 살찌는 거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소화시킬 시간을 확보하면 먹어도 된다”라고 했다. "적당한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있어야 살도 빠진다"며 먹을 것을 권했다. 정 부담스럽다고 느낀다면 우유나 삶은 계란이라도 먹고 자라고 했다.
사실, 운동은 PT 할 때만 했다. 혼자 헬스장에 갈 수도 있는데 도무지 트레이너와 약속이 잡히지 않은 날에는 혼자 가기 어려웠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오늘 혼자 가서 해봐야지’ 했는데 퇴근 시간이 되면 망설이며 사무실에서 일을 좀 하다가 운동하기엔 늦은 시간(?)이 되어, 집에 가고는 했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9시까지였기에, 조금만 망설이다 보면 금방 8시가 되었다. 주 2-3회 운동하고 식단은 단백질을 많이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식사량을 급격히 줄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 식탐이 많고, 많이 먹었었기 때문에 쉽게 줄이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밥은 깨끗하게 다 먹어야 한다"라고 듣고 자라서인지 다 먹어 버릇해서 남길 수가 없었다. 음식을 남기는 일이 죄를 짓는 것 같아 주어진 양은 다 해치웠다. 자연히 많이 먹었었다. 그래서 음식을 남기는 연습을 했다. 남겨도 미안한 일이 아니라고, 남겨봤자 얼마 하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우며 연습했다. 환경을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배불러도 먹을 것이 눈에 보이면 손이 가는 대로 먹던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던 것을 의식적으로 멈추는 연습을 했다.
그나마 아침은 정해진 식단(주로 삶은 계란 2개, 사과 반쪽(혹은 키위, 딸기, 배 등 과일로 대체), 단백질 음료(요구르트 아줌마가 아침마다 배달해주는 음료), 토마토(없으면 안 먹는 날도 있음))으로 매일 챙겨 먹었다. 육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닭가슴살 샐러드, 소고기 등을 먹으려고 노력했고 좋아하는 두부, 콩, 회는 많이 먹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주로 했기에 단백질을 염두에 두고 메뉴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딴에는 참치 샌드위치, 연어 샌드위치 등으로 단백질 보충을 한다며 합리화를 시키기도 했다. 트레이너는 단백질을 하루에 80-100g 이상 먹으라고 했는데 이렇게 먹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단백질 파우더를 먹어볼까 했는데, 트레이너는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방법은 오래 할 수 없으므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으로 보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했다. 그렇게 단백질 함유량이 많은 식품을 검색해보고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탄수화물에 길들여진 입맛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았다. 떡볶이를 좋아해서 안 먹을 수가 없었고 빵과 떡도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라면, 짜장면은 먹지 않았다. 눈에 안 보이면 딱히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고 눈에 보여도 짜장면은 잘 참을 수 있었다. 라면은 찌개에 들어가는 사리 정도로 몇 번 먹었는데 라면 자체는 운동 시작 이후로 안 먹었다. 가끔 짬뽕은 먹는다. 백짬뽕. 맛있게 하는 집에서 그 메뉴를 시키지 않고는 못 배긴다.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는 시기를 지나며,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다. ‘40년 넘게 이런 몸으로 살았는데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잘 찌는 체질이 아니니 빠지는 것도 오래 걸릴 것이다. 이렇게 서서히 빼면 요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매일 운동해야 한다고 하는데 난 겨우 주 2-3회 운동하면서 같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체질을 바꾸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등등으로 심기일전했다. 그리고 운동을 습관화하려고 노력했다. 아침 루틴으로 10분짜리 체조 동작을 만들어서 운동했다. 정형외과에서 들었던 동작, 요가하면서 배웠던 동작, 유튜브에서 본 동작들을 섞어서 만들었다. 출근할 때 계단으로 다니고 점심 먹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외부에 회의가 잡히면 가까운 거리는 가능한 한 걸어 다녔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트레이너가 시키는 건 군말 없이 했다. 못한다고 엄살 부리지 않았다. 동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건 될 때까지 했다. 두 번째 트레이너는 50분 PT로는 부족하니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숙제처럼 내주었는데,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그걸 다했다. 나머지 공부를 했는지 검사받지 않았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니까 지키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난 참 성실한 인간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만난,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성실한’ 사람들이어서 나를 유독 ‘성실한 사람’으로 특별히 인지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체지방을 빼보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한 운동을, 요령 피지 않고 성실하게 하고 있음에 스스로 대견했다.
운동의 효과를 체감한 건 거의 1년이 되어 가던 작년 7월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를 따지면 6개월이 될 때였다. 체지방이 약 5.4kg (22.2kg→16.8kg) 빠지고 체지방률은 6.6% (35.6%→29%) 빠졌다. 체지방률은 여전히 표준 이상을 맴도는 수치였지만 30% 이하로 떨어져 기뻤다. 한 달에 한 번씩 쟀을 때는 변화가 1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니 체감이 되었다. 그 무렵 몸도 좀 가벼워진 걸 느끼던 때였다.
몸의 변화를 느끼게 되니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복근을 갖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요새는 주 5-6회 운동한다. 코로나 걸리기 전에 3-4주 정도 주 5-6회를 하다가 코로나 확진되어 잠시 쉬었더니 루틴이 깨졌었다. 그러다가 다시 주 5-6회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7주 차가 되어간다. 슈퍼모델들이 몸매 관리 비법으로 “운동은 매일 하는 거예요”라고 할 때마다 기겁하며 어떻게 운동을 매일 하냐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된다. 일상의 루틴으로 만들어버리면 하기가 쉽다. 음식도 적게 먹으려고 노력했더니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다. 연예인들의 식단을 보면서 ‘저렇게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살다니 불쌍하다, 독하다’ 그랬는데, 이젠 그렇게 먹고 살 수도 있겠다 싶다.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것이 아니고, 어떤 특정 음식은 안 먹어 버릇하니 먹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일례로 면은 안 먹어도 이제 괜찮다. 파스타, 국수, 냉면, 쫄면, 라면 등등은 먹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떡도 좀 자제할 수 있는데 빵이 아직 문제다(ㅠㅠ).
지금은 체지방량이 14kg대이고 체지방률은 25-26%이다. 겨우 표준 구간에 들어왔고 아직 갈 길은 멀다. 근육량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서 체지방률을 낮추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근육량은 1kg 올랐다) 내장지방은 10 레벨에서 6 레벨이 되었다. 이 결과는 루틴을 만들어 성실하게 따라 한 결과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지속 가능한 실천 방법을 무리하지 않으면서 독하게 마음먹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려고 찾는 중이다.
못 할 것 같은 일을 하나하나씩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다 해내게 된다. 그런 진리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운동으로 체지방을 뺐더니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운동을, 더구나 꾸준히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더구나 운동은 매일 하는 것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고, 아직 뱃살은 빠지지 않고 있지만 '매일 조금씩', '바른생활 루틴이'로 생활하다 보면, 언젠가는 빠질 거라는 희망으로 오늘도 성실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