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식단 이야기 V
코로나19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엔데믹, Endemic)이 되면서 거리두기가 없어지고, 재택근무도 사라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낯설었지만, 2년이 지나면서 경영진, 직원 모두에게 아주 익숙한 환경이 되었다.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서 코로나 시기에 입사했던 직원 대부분은 주 5일, 매일 출근하는 일이 적응되지 않는다며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한다. 자주 가는 미용실의 미용사는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할 때는 커트, 염색, 파마 등을 하지 않았는데 다시 출근하기 시작해서인지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피부과도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과연 사람들이 움직이니 관련된 업계도 살아나는 것 같다. 예전에 경복궁을 돌아볼 때 해설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문화재급 건물에 앉게 하지 못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손길이 닿지 않아야 더 잘 보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자주 앉고 밟고 해야 더 오래간다. 가만히 놔두면 더 금방 망가진다”는 얘기였다. 그래서인지 궁에서 왕과 왕비가 먹었던 음식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처럼 마루나 방에 직접 앉아보고 만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제법 많이 생겼다. 기계도 계속 써야 잘 돌아가지, 그렇지 않으면 쉽게 고장 나는 것과 같이 무엇이든 사용해야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쓰다 보면 언젠가는 닳고, 낡아 그 수명을 다하겠지만.
사람의 몸도 그런 것 같다. 건강해지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만들고 싶고 고지혈증 약을 끊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을 2년 남짓하면서 몸의 변화를 몸소 느꼈다. 그간 쓰지 않았던 근육이 발달되고 체형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보면서 ‘계속 움직임’의 중요함을 알았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에 재택근무를 잘하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하면 우선 좋은 것은 출, 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근 준비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줄이는 게 아니라 출근 준비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일어나서 세수도 하지 않고 노트북을 켜고 회사 그룹웨어에 로그인하면 출근 끝. 그다음으로 좋은 것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는 화상으로 하지만),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집중하니 일을 금방 끝낼 수 있다. 그래서 6시 칼퇴를 할 수 있다. 퇴근도 로그아웃 하면 끝. 개인적으로 누릴 저녁 시간이 길어서 좋다. 육아하는 직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되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는데,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는 나로서는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단점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어나서 그 자리에 노트북을 놓고 일하고 종일 집안에 있으니 걸을 일이 없다. 점심 먹고 계속 앉아서 혹은 거의 눕다시피 하는 자세로 노트북을 두드리니 안 좋은 자세로 일을 하게 된다. 어떤 날은 세수는 고사하고 눈곱도 떼지 않은 얼굴로, 거울 한 번 들여다보지 않고 지낸 날도 있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회사라도 나가야 세수하고 스킨, 로션이라도 바르게 된다. 평소 약속 없는 주말에는 씻지 않고 지내는데, 재택근무하는 날은 대게 그렇게 보내게 된다. 그러고 나면 피부가 더 푸석하고 쿠션을 바르면 밀리고 들뜬다.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했으니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처음에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 초기에는 회사에서 팀장들은 출근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팀장들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집에 인터넷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서 회사 시스템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모바일 핫스팟으로 접속할 수 없게 막아놔서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회사에 나와 억지로 집에 가야 했던 날에는 모바일로 회사 업무를 봤다. 노트북이 아닌 모바일로 보면 눈 피로가 더 심해진다. 그러다가 회사의 보안정책이 바뀌어 핫스팟으로도 그룹웨어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는데, 물리적 환경이 나아졌지만 출근을 계속했다. 움직이려고.
출근 준비, 출, 퇴근하기 위해 걷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회사에서 동료, 상사에게 협조 구하고 보고하기, 회의 하기, 엘리베이터 타지 않고 계단 오르기, 점심 먹으러 나가기, 화장실 가기, 탕비실 가기 등등이 모두 움직이는 일이어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을 하는 셈인데, 재택근무를 하면 이마저도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씻고 옷을 차려입는 일은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위생에도 도움을 준다. 옷을 입어야 세탁하게 되고, 화장하기 위해 또 지우기 위해 씻게 되니 피부에도 좋다. 그래서 직원들이 왜 재택근무를 하지 않느냐 물으면 ‘움직이려고’ 출근한다고 답하고는 했다.
트레이너와 PT를 시작하면서 음식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식이가 제일 중요하고 특히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하여 어떻게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것인가를 알아봤다. 가장 많이 얘기하는 닭가슴살은 먹기가 힘들었다. 마트에 가거나 편의점에만 가도 살 수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먹으려면 먹을 수 있지만, 평소 잘 먹지 않는 것을 일시적으로 먹는다 한들 지속적으로 먹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음식은 평소 먹는 것의 변화를 크게 주지 않으면서 바꾸고 싶었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아침을 챙겨 먹는 일이었다. 고등학생 이후로 아침을 먹어본 적이 없다. 가끔 출장이나 휴가를 갔을 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 갔을 때는 아침을 먹는 일이 있었지만, 일상적으로 챙겨 먹지는 않았다. 운동을 시작하자 트레이너가 하루 먹어야 할 칼로리를 네 끼로 나누어 먹으라고 했다. 특히 아침을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튜브, 블로그 등을 검색하여 단백질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고, 그중 내가 좋아하고 질리지 않을 만한 것을 골랐다. 그리고 삶은 계란은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아침 삶은 계란 1개를 먹기 시작했다. 삶은 계란 1개와 사과 반쪽 그리고 하루야채. 출근해서 이걸 먹었다. 하루야채는 야채 섭취를 위해 먹었는데 나중에 단백질 음료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그것으로 바꾸었다. 점심은 대부분 약속이 있어서 먹던 대로 먹었다. 다만 면이나 밀가루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같이 먹는 사람들이 이탈리안 식당을 갈 때면 거절하지 않고 갔다. 밀가루를 제외한 음식을 먹기가 너무 어려웠다. 점심을 많이 먹은 날에는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아 저녁을 굶을 때도 있었는데 트레이너가 “그러면 운동하는 보람이 없다”라며 조금이라도 먹으라고 하여 뭐라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퇴근하고 운동 끝나고 집에 가면 10시인데 뭘 먹는다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꼈다. 억지로 우유를 한 잔 마시거나, 삶은 계란을 하나 먹거나 했는데, 어떤 날 배가 무지 고픈 날에는 밥을 먹기도 했다. 저녁은 점심을 적게 먹고 운동한 날은 배고파서 많이 먹기도 하고, 굶기도 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기도 하고 대중없이 먹었다.
먹은 음식을 기록하면 칼로리 계산이 되고 얼마나 먹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칼로리나 단백질 섭취량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어서 음식을 조절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어떤 트레이너는 먹는 양을 그램수로 정확하게 할 수 없을 바에는 기록하느라 스트레스받지 말고 평소 먹던 양보다 무조건 적게 먹으라고 하기도 했다. 그것만 해도 살을 뺄 수 있다고. 그래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휴대폰에 장착된 기본 기능에 기록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음식을 추가해 놓았는지 웬만한 음식은 포장지에 있는 칼로리 그대로, 메뉴판에 있는 것과 똑같이 나와서 기록하기 편했다. 어느 날, 한 동료가 식단관리 앱을 알려주었는데 먹은 것을 기록하면 색깔로 보여주었다. 몸에 좋은 음식은 초록색, 경계에 있는 음식은 노란색, 나쁜 음식은 빨간색으로 표시하여 알려주었다. 주로 채소, 과일, 현미밥 등은 초록색이었고 삶은 계란, 떡, 고구마, 생선구이, 두부부침, 회, 쌀밥, 삼계탕 같은 것들은 노란색 그리고 몸에 나쁜 빨간색은 라면, 샤부샤부 칼국수, 돈가스 같은 면이나 튀김, 고기 등이었다. 재료가 같아도 요리법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표시되었다. 일례로 소고기는 빨간색이지만 쇠고기 뭇국은 초록색이고 샤브샤브 소고기는 노란색이다. 색깔로 구분해 보여주는 것은 좋았으나 좀 혼동스러웠다. 단백질 섭취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노란색, 빨간색으로 표시되니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기록을 두 군데로 나누어서 하려니 피곤했다. 결국 식단관리 앱은 포기하고 휴대폰의 기본 기능을 이용하고 있다.
운동 시작 후 1년이 지나면서 아침에는 삶은 계란 2개와 과일을 먹고 있다. 처음엔 노른자까지 다 먹다가 지금은 1개는 노른자까지 먹고 1개는 흰자만 먹는다. 아무래도 내게는 단백질 섭취를 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삶은 계란을 먹는 것인데 노른자는 잘 먹히지 않아 한 개만 먹는다. 나머지 노른자를 버릴때면 죄책감이 들어 마음이 불편하지만, 먹고 힘든 것 보다는 나아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과일은 주로 사과와 토마토를 먹고 가끔 제철과일(딸기, 참외, 수박, 배 등등)을 먹는다. 저녁도 아침처럼 일정한 식단으로 먹고 싶어서 약속 없는 날은 두부, 고구마, 단백질 바, 바나나, 가끔 떡 등으로 번갈아 가며 먹고 있다. 초기 1년 동안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많이 먹었는데 회사가 이사를 하게 되자, 자주 먹던 샐러드 가게에서 멀어졌고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가능한 7시 전에 저녁을 먹고 운동을 했다. 가끔 고구마, 단백질 바로 부족할 때는 운동 후 집에 가서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를 우유나 물에 타서 마셨다. 그러다 보니 아침과 저녁 먹을거리를 한 아름 안고 출근하게 된다. 빈손으로 편하게 다니고 싶지만, 먹을 것을 싸 갖고 다녀야 해서 늘 큰 가방을 들고 다닌다. 아침마다 사무실 책상에 도시락을 꺼내 놓을 때면 문득 ‘먹으러 출근하는구나’ 싶으면서 건강해지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에 새삼 놀랄때가 있다. 점심 약속이 없는 날은 점심거리까지 싸온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하고 음식에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었기에 내 몸에 맞게 먹어야 하는 칼로리는 먹되 그 이상 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러면 기록을 해야했다. 그리고 기록은 일종의 제어장치 역할도 했다.
먹은 양을 기록하지 않을때는 배가 불러도 입에서 당기면 먹고 눈에 보이면 먹었다. 배 부르면 딱 멈춰야 하는데 식탐이 있어서 그게 쉽지 않았다. 기록을 한 후에는 조금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피곤해서 어떻게 일일이 칼로리 계산을 하냐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그 많은 음식의 칼로리를 외울 수도 없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편하게 해준다. 먹은 음식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칼로리 계산을 해준다. 기록을 하다보니 자주 먹는 음식 칼로리는 저절로 알게 되었다. 하루 먹어야 할 칼로리를 설정해 놓으면 초과인지 적정하게 먹었는지를 알 수 있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섭취량도 알려준다. 이제 아침 식단으로 정착된 메뉴대로 먹으면 약 275kcal~300kcal 정도 된다. 저녁도 고구마, 바나나 등을 먹으면 약 300-400kcal 정도다. 일반식으로 점심을 먹으면 약 400-700kcal를 먹는다. 여기에 오후간식으로 먹는 과일, 밤에 먹는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 등을 합하면 약 900~1,500kcal 먹는다. 하루 1,300kcal가 내 몸에 맞는 적정 칼로리인데 이 보다 적게 먹을때도 있고 많이 먹을때도 있는 셈이다.
주말에는 기록하지 않는다. 집에서 먹는 밥은 항상 현미밥에 비슷비슷한 반찬이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과식하지 않는다. 게으르다 보니 늦게 일어나고 아침을 거른다. 평일보다 주말에 더 안 먹는다. 주로 누워있으니 배고프지도 않고, 눈에 음식이 보이지 않으니 먹지도 않게 된다. 문제는 밖에서 먹을때다. 칼로리 폭탄이라는 걸 알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피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음식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나마 그렇게 왕창 먹고 난 다음날은 좀 자제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루 정도 굶기도 하고 운동을 좀 더 하기도 하면서.
생활의 변화를 크게 주지 않고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체지방을 빼고 적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출근하는 날에 더욱 신경을 쓴다. 움직이는 날에 더 움직이려 하고 맛있는 음식이 즐비한 환경에서 유혹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7일을 그렇게 사는 것은 내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주5일만이라도 지키며 살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움직이려고 먹으려고' 출근할 수 있는 일상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