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오른쪽 무릎 안쪽에 통증을 느꼈다. 잘 때까지도 멀쩡했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아파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걸을 정도는 되어서 잠깐 그러다 말 줄 알았다. 일요일에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조금씩 아픈 게 느껴졌지만, 저녁 무렵에는 아픔이 덜 느껴져서 나아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에는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너무 아파서 회사에 1시간 휴가를 쓰겠다고 하고 병원에 갔다. 통증이 극심하여 제대로 걷기도 힘들었지만, 겨우 참으며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아마도 인대 염증인 것 같다고 했다. 소염제를 1주일 먹어보고 경과를 보자고 하며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고 했다. 그렇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이 6월이다. 마침 트레이너가 바뀌어 평소 하던 운동패턴에 변화가 있었는데 운동 강도는 낮고 운동량은 적어서 좀 불만이 쌓이고 있을 때였다. PT와 혼자 운동으로 주 4-5회를 하다가 의욕도 살짝 저하되고 바뀐 트레이너 일정이 바빠서 PT 일정도 많이 잡을 수 없게 되자 주 2-3회로 운동 횟수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무릎까지 아파서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무릎을 최대한 쓰지 않게 상체 위주로 운동을 했지만, 운동 강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운동한 것 같지 않은 운동을 하다가 7월에 필라테스를 체험해봤는데, 무릎을 재활하면서 코어 힘을 기르기에 적당해 보였다. 마침 PT가 재미없어지고 있던 때여서 필라테스로 바꿔보려고 했는데 PT 남은 횟수를 전환할 수는 없다고 하여 1:1 필라테스를 새로 등록했다. 필라테스는 기구를 사용해서 하는 동작들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PT와 다른 근육을 쓰는 동작이 있어서인지 부들부들 떨리기도 하고, 은근히 숨이 차기도 했다. 무릎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게 되니 기분도 좋아졌다. 다시 운동 의욕이 슬슬 올라왔다. 그 사이 무릎은 1주일 치 약을 먹고 통증은 없어졌지만, 구부리는 동작은 잘되지 않았다. 무릎을 접어서 앉아 있는 동작이 길어지거나 무릎에 힘이 가는 동작은 강도가 좀 세지면 아팠다. 인대가 늘어난 건지 염증이 있는 건지 원인을 모른 채로 그저 낫기만 기다렸다. 병원에는 더 가지 않았는데 일상생활하는 데는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부터,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무렵 혹은 트레이너가 바뀐 무렵부터 마음이 느슨해졌다. 느슨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합쳐졌기 때문일 텐데 하나는 "잘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PT를 할 때 트레이너들은 “잘했다”, “수고했다” 말을 해주었고, 동작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를 보여주면서 문제점을 알려주었다. 그걸 고치려면 어디에 힘을 더 주어야 하는지, 어떤 자세를 하면 좋은 지도 쉽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자세가 고쳐지면 “잘한다”며 엄지를 치켜들거나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잘 고쳐지지 않는 동작은 운동을 멈추게 하거나, 하는 중에 포인트가 되는 지점을 짚어주면서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서도 늘 확인했다. 내게 관심 갖고 있음을 계속 보여주었다. 사적 관심이 아니라, 운동하는 내 목적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표현하고, 원하는 대로 몸이 잘 변화할 수 있도록 코칭했다.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고 운동할 때 칭찬하는 말을 하는 것이 별 것 아닌 줄 알았는데, 그걸 하는 트레이너의 격려가 필요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5월 인바디 검사에서 체지방 14kg와 체지방율 25%가 되자 마음을 좀 놓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없어지면서 저녁 약속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 자연스럽게 혼자 하던 운동도 잘하지 않았고, 때마침 무릎도 아프자 계단 걷기를 관두었고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도 드문드문하다가 아예 안 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체지방이 빠지는 줄 알았으니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무릎이 나을 때까지 슬슬 운동하고 좀 먹어도 금방 다시 뺄 수 있다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6월과 7월의 인바디 측정 결과가 나빠졌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릎이 아무렇지도 않게 되는데 3개월이 걸렸다. 시간은 어영부영 흘러 9월이 되니 몸이 좀 불어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바디 측정 결과에서 무릎 핑계로 적당하게 운동하고 좀 많이 먹은 결과가 여실히 드러났다. 느슨했던 마음의 결과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서히 찌고 서서히 빠지는 체질이라는 걸 까먹은 결과가 참담했다. 서서히 쪄서 스스로도 재빨리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매일 아침 전신 거울에 비춰본 일도 소용없었다. 매일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4개월간 체지방률 변화
음식량이 야금야금 늘어서 점심에 밥 한 그릇을 다 먹었더니, 1년간 먹지 않던 케이크를 조금 먹었더니, 호밀빵이어도 빵은 빵이었는데, 떡은 예전처럼 조금만 먹었는데, 짜장면을 2년 만에 먹었더니, 짬뽕 맛집을 지나치지 못해 먹었더니... 식탐을 제어하지 못하고 ‘조금이면 괜찮을 거야’하면서 먹었더니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운동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조금씩이라도 했는데.. 역시 주 2-3회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인가, 주 5회를 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운동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 체지방을 줄이는 것인데, 겨우 표준 구간에 들어가자마자 ‘안심이나 하고’라며 자책하는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이렇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니 다시 시작이다. 먼저, 먹은 음식을 기록하고 칼로리 계산기를 봤다. 역시나 기초대사량 이상으로 먹었다. ‘조금, 조금’의 먹는 양이 모여서 칼로리를 계속 올리고 있었다. 체지방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육량을 올리거나 체지방량을 빼거나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한다. 근육을 늘리려면 단백질을 먹어야 하고 단백질 섭취는 닭가슴살과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나와 맞지 않는다. 가끔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지만 매일 먹을 수 없다. 특별히 고기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억지로 매일 먹기도 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육류를 선호하지도 않기에. 그래서 두부, 콩, 생선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한다. 트레이너는 다이어트 식단을 알려줄 수 있지만, 개인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단 기간 다이어트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 말에 동의한다. 내가 오랫동안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먹거리로 식단 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평생 힘들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먹을 수 있을 테니. 운동도 마찬가지다. 운동 강도를 똑같이 유지할 수는 없으니 재미있는 운동을 찾아서 그걸 반복하면 해 볼만 할 것 같다. 헬스 동작 중에서 재미있는 것으로, 필라테스 동작 중에서도 흥미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는 트레이너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젠 나만의 운동법도 고민해봐야겠다. 언제까지 트레이너에 의지해서 운동할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건강관리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고, 습관을 들여서 루틴 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탁월함은 습관”이라고 했다. 습관이 탁월한 결과를 낳는다고. 습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느슨해진 순간에 놓았었다는 걸 깨달았다. 음식 기록을 하지 않았고 아침마다 하는 체조를 하지 않았다. 귀찮아서, 바빠서 하루쯤 빼먹은 음식 기록을 어느새 두 달 동안 하지 않았다. 늦잠 자서, 주말이라서 하지 않았던 아침 체조를 1주일씩 하지 않은 날이 있다. 단백질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하다가 어느새 탄수화물 위주로 먹고 있다는 자각을 했다. 역시 하루하루는 작은 단위지만, 이게 모여서 커다란 결과를 만들어낸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제라도 자각을 했으니 다행이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그저께 혼자 운동한 나 자신을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