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4
일은 잘하지만 남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고, 생색나지 않는 일을 은근히 잘 쳐내는 사람은 참 얄밉다. 거꾸로 일 욕심 없고 잘하지 못하지만, 남들이 꺼리는 일을 자처하고 그걸로 생색내지 않는 직원은 미워하고 싶어도 잘 안된다. 그런데 일 잘하고 궂은일 나서서 하고 게다가 열심히 하는 직원이 괜찮은 인간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그러나 감사관 업무를 하며 내가 알던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혼란스럽다. 정직할 거라고 믿었던 직원의 거짓말을 확인할 때, 도덕적 개념이 없는 경우를 볼 때 등등.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간 알던 직원들의 모습은 내가 만든 이미지였을까? 일 잘하고 태도 좋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걸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다 환멸을 느끼고 의심병은 커져간다.
재작년, 4대 폭력 교육을 하던 강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의 고정관념은 상당히 힘이 세다" 그 말이 귀에 쏙 들어와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정말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