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

by 지홀

미영과 식당을 나왔다. 비가 온 직후라 제법 쌀쌀했다. 걷기에는 너무 추워서 가까운 카페로 들어갔다. 다행히 길가에 예쁜 카페가 있었다. 나는 ‘블루베리 히비스커스’ 차를 미영은 ‘로열 밀크티’를 시켰다. 2층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거리는 을씨년스러웠지만, 카페 안은 아늑했다. 우리는 얼마 전 읽은 “에이징 솔로”라는 책을 얘기했다. ‘혼자를 선택한 사람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책은 비혼의 중년, 특히 여성 중년에 초점을 맞춘 책인데 미영은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비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 같다”라고 했다.

미영은 “‘결혼 적령기’는 자녀를 낳을 수 있는 나이에 결혼해야 한다는 거니까, 그 적령기를 지나면 오히려 결혼이 필요 없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거 아닐까요?”라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의견이었다. 한창 ‘결혼 적령기’의 사람을 미혼이라 불러도 비혼이라고는 잘 부르지 않는다. 비혼은 보통 결혼 적령기가 지났는데 혼자인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가 어떻게 불리든 별 상관없지만, 결혼이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면 ‘사랑’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인데 그것마저 할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보는 건 좀 억울하다. “우린 아직 같이 살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혼자일 뿐인데.”라며 미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맞아. 사랑으로 결혼하고 싶다면 친구들이 꿈꾼다고 하잖아”라며 나도 맞장구를 쳤다. 자기들은 사랑해서, 최소한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결혼해 놓고 이제 와 사랑은 없다는 듯 말한다. 그들은 아마도 오랜 결혼 생활로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 그렇게 말하겠지만, 사랑이 아니라면 굳이 만날 이유도, 같이 살 이유도 없다. 정말로 이제는.


우린 ‘결혼 적령기’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대가 아니라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때야말로 최적의 시간, 적령기가 아니겠냐고 얘기했다.

keyword
이전 05화가방끈 긴 여자에 대한 선입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