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일곱 시 알람이 켜지면 일단 끄고 다시 눈을 감는다. 정신이 깨면 잠깐 누운 상태로 있다가 일어난다. 다시 눈을 감은 잠깐 사이 잠이 들면 30분~40분을 더 자게 된다. 그러다 뭔가 싸한 느낌에 벌떡 일어난다. 그런 때는 지각 각이다. 왜 잠에 다시 빠져들어 자다가 깨면 항상 30분~40분이 지나 있는 것일까? 미스터리다.
그렇게 늦게 일어나도 느릿느릿 움직이며 출근 준비를 한다. 빨리빨리 움직이면 되는데 할 거 다 하고 여유를 부린다. 그러고는 버스 정류장까지 뛰다시피 걸어가고, 버스가 얼른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버스에서는 신호등에 걸리지 않고 쌩쌩 달리기를 바라고 운전기사가 속도를 내지 않는 것 같으면 답답해한다. 하차 정류장에 9시 3분 전에 도착해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린 후 초록불이 켜지면 쏜살같이 뛰기 시작한다.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다가 불현듯 내 모습에 자괴감이 든다. '도대체 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출근 시간에 뛰는가'하면서. 9시 1분 전에 아슬아슬하게 출근을 찍는다. 세대가 바뀌어 최소 출근시간 10분 전에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이런 점은 MZ세대 사고방식이 마음에 든다.
삼십 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사에 얼른 가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출근한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될지 모르겠다.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는 될까? 기본적으로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 대개 일이 재미있다. 지금껏 다섯 번 이직을 했는데 그때마다 그런 회사를 다닐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런데도 출근하는 일은 내내 힘들었다. 막상 회사 가면 괜찮은 데 가기까지 가기 싫은 마음이 더 많았다.
야행성 기질 때문에 아침잠 많은 이유가 한 몫했을 테다. 천성이 게을러 늘어져 있고 싶은 마음도 일부 거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쯤 직장생활을 했으면 그냥 관성으로 움직일만한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아마도 회사일은 진정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 출근하는 일이 늘 힘든 게 아닐까!
잘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은 뒤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많다. 다행인 건 몇 년 뒤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때만 떠올리면 마음이 설렌다.
오늘처럼 퇴근 후 받는 연기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고 사람들 앞에서 과제를 해내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설렌다. 잘 해내는 모습이 그려진다. 정작 현실은 상상만큼 잘하지 못하지만, 그 시간을 고대하며 작은 전율이 흐르는 걸 느낄 때 마음이 한껏 고양된다. 화실 가서 그림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도 하고 싶은 일이다. 피곤해도 졸려도 쓰게 된다. 하루 한 편 매일 글을 쓰겠다는 결심, 마음의 장치를 걸어놓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는 건 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몇 년 뒤, 하고 싶은 일로 가득 채울 그날이 기대된다.
비, 안개, 구름으로 남산이 사라졌다(14:59, 15:00, 15:01)
창문 밖을 찍었더니 창문에 맺힌 빗방울이 눈 같다. 겨울 느낌 난다(15:06,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