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계획 중 하나는 점심시간에 책읽기였다. 독서통신교육의 일환으로 10월 말일까지 독후감을 써내야 하기 때문에 얼른 읽어야 하는 책이다. 지난 일요일에 읽기 시작했는데 30% 정도 남았다. 일주일 동안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오늘 점심시간에 읽고 저녁에 한 시간 정도만 더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가속도가 붙는 타이밍이 있다. 그때는 일을 멈추기가 어렵다. 점심시간에 딱히 약속도 없고 뭔가 먹으러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으면 계속 일을 하게 된다. 오늘이 그랬다. 12시가 되면 딱 멈추고 밥을 먹어야 되는데 아니면 내게 주어진 시간이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는데 일을 하다 보니 12시 10분,20분이 되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손을 놓았다. 대체로 나는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하나를 잊어버린다. 쓸데없이 인스타를 보는 것처럼 그 일을 지금 당장 끝내야 하는 일이 아닌데'이거 하나만 끝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자꾸 붙잡고 있게 된다. 미련 맞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일을 멈추자 뭔가 먹고 싶었다. 그리고 출근 시간에 사진 두 장을 찍은 거 외에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생각에 미치자 밖으로 나가야 했다. 편의점에 들러 단백질 음료와 연양갱을 샀다. 오늘 점심은 집에서 싸 간 사과와 포도, 견과류 한 봉지 그리고 고구마 반 개. 단백질 음료와 연양갱은 간식이다.
요즘 낮에 달이 잘 보인다. 오늘 아침에 어제와 똑같은 자리에 떠 있는 달을 봤다. 그런데 점심시간에도 달을 봤다. 아주 작고 희미하게 보였지만 분명 달이었다. 점심시간에 산책 겸 사진을 찍고 회사 주변을 잠깐 돌다가 들어왔다. 너무 쌀쌀했다. 겉옷을 입지 않고 나갔더니 너무 쌀쌀해서 금방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7층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비상계단으로 걸어 올라왔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그러다 보니 한 시가 되었다. 결국 책은 읽지 못했다. 무거운 책을 가방에 넣고 들고 갔다 들고 왔다. 한 페이지는 고사하고 가방 밖으로 책을 꺼내지도 않았다.
가끔 아무 약속 없는 점심시간에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궁리할 때가 많다. 그런데 막상 그 점심시간이 되면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하되 별로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을 갖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아침에 계획했지만 막상 하는 일은 달라지고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은 계획했던 걸 하지 못해 약간 허탈하다. 도대체 이 무거운 책을 왜 들고 다니는 것인가.아주 야무진 꿈만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