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Oct 29. 2024

부끄럽다

2024. 10. 29

재킷을 걸치고 출근하려는데 아빠가 방에서 나오셨다. 며칠 전부터 편두통을 호소하셨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하셨다. 동네 가정의원이 가는 길에 있어 아빠를 모시고 갔다. 진료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므로 들렀다 가기로 했다.  그러나 역시 대기하고 진료를 보고 나자 지각할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1시간 휴가를 쓰기로 하고 약국까지 같이 갔다. 하루 두 번 아침, 저녁으로 먹는 약이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 지난번에 하루 두 번 약인데 점심까지 세 번을 드신 전력이 있어 누누이 강조했다. 귀가 잘 안 들리시고 나이가 드셔서 상대방 말을 이해하시는데 시간이 걸린다. 집으로 가시는 걸 보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 다다르자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요 며칠 아침마다 하늘이 흐리다. 꼭 비 올 것처럼.

오랜만에 보는 양떼구름(08:56)

점심때 한의원 예약이 되어 있고 오후에 관심 있던 강의를 듣기 위해 오후 휴가를 내놓은 상태였다. 결국 오늘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 진료받고 강의 듣느라 점심 먹을 시간이 없었음에도 배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군것질을 하고 싶어 단백질 바 하나를 사서 동네 카페에 갔다. 독서통신 독후감을 아직 제출하지 않았으니 빨리 내라는 재촉 문자가 왔다. 책만 들고 다니기를 며칠. 오늘은 반드시 다 읽어야 했다. 카페에서 몇 페이지 읽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왜 그렇게 졸리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눈을 부릅뜨고 책을 봤다. 같은 페이지를 계속 읽다가 졸다가 얼마나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 딴에는 계속 눈뜨려고 집중한 것 같은데 좀 졸았던지 잠을 잠깐 잤던 건지 책을 보던 눈에 의식이 돌아왔다. 드디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겨우 다 읽었다.  


김연수 소설가의 해설이 있었기에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얇은 양떼구름(09:08, 09:10, 12:55)
단풍 든 나무와 하늘, 오후에 잠깐 비가 내렸다(12:55, 12:56, 16:16)
매거진의 이전글 건강검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