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멜랑꼴리 한 날이었다. 구름이 짙게 흐린 만큼, 기분도 가라앉는 날이었다. 저절로 저 가사를 흥얼거리게 되는 날이었다.
약속 없는 점심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들고나갔다. 하지만 카페에 가려던 마음을 바꾸어 산책을 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다 보니 양껏 먹어서 좀 걸어줘야 했다. 책을 못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청계천을 걷는데 물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 잔잔한 음악이 함께 흘러 카페에 들어온 것 같았다. 여름에도 했던 야외도서관 행사였다. 웬 횡재인가 싶었다. 마침 빈자리 하나가 보였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 하늘 보고 사진 찍고 음악 들으며 주변을 돌아보다 가져간 책을 읽었다. 환한 야외에서 책을 읽다 보면 햇빛으로 인해 눈이 아롱거릴 때가 있다. 비문증이 있는 나는 그 아롱대는 것에 더해 까만 점이 수 없이 보여 몇 번씩 눈을 감았다 떠야 했다. 그래도 약 20분 정도 짧은 독서 시간이었지만 제대로 집중해서 읽었다.
지난주와 이번주 무엇 때문에 마음이 분주했는지 모르겠다. 이유는 명확지 않은데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몸이 피곤함을 인지했는지 입술이 부르텄다. 내가 피곤했음을 알게 되는 척도 중 하나가 입술이 부르트는 거다. 정작 난 피곤하다고 잘 느끼지 못하지만 몸은 아는 거다. 지각을 2주 사이 세 번 했다. 회사에서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오늘이 금요일이라 정말 다행이다. 다음 주부터 지각은 당연히 하면 안 될 일이고 일에 집중하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