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 놓인 빼빼로를 보고 오늘이 빼빼로데이라는 걸 알았다. 십일. 열 하나. 혹자는 가래떡데이라고도 하는데 가래떡 보다 빼빼로가 손쉽게 살 수 있고 먹기 편하고 선물하기에 간편하다. 박스로 되어 있어 별도 포장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래서 가래떡 데이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이다.
11월 11일은 내 생일이다. 주민등록상의 생일. 20대~ 30대들은 주민등록상의 생일과 진짜 생일이 다른 이유를 잘 모르는데 우리 세대는 그런 사람이 태반이다. 부모님 세대는 태어난 후 몇 년이 흐른 다음에 출생신고를 하신 분들이 많았다. 그나마 우리 세대는 1년이나 다른 경우는 별로 없을 거다. 날짜가 조금 다르거나 몇 달 상관일 거다.내 경우는 진짜 생일이 11월 12일인데 출생신고 접수하는 직원이 날짜를 잘 못 알아 들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생일은 음력으로 지낸다. 양력으로는 대개 12월이다. 가끔 윤달이 있는 해에는 내 생일이 없다. 대신 그다음 해에 생일이 두 번 생긴다. 그래서 달력에 표시를 해두지 않으면 나도 내 생일이 언제인지 모른다.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아 조용히 지나가도 딱히 서운하거나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아다행이다.
파랑 파랑(13:14, 13:28)
파랑 하늘(13:29)
내 진짜 생일은 음력 11월 12일이지만, 모든 공식 서류에 11월 11일이 생일로 등록된다. 그것도 양력으로 인식하여 해마다 각종 앱에서 생일축하 문자를 보내온다. 문자 내용은 천편일률적이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날아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의 없는 문자라 받자마자 삭제다. 하지만, 생일마케팅은 축하 문자 외에 때로 놀라운 선물을 주는데 오늘 하나머니는 무려 100포인트를 생일선물로 줬다. 카카오페이는 일주일 간 매일 수 원에서 수십 원 포인트를 줬다. 천원도 아니고 백 원, 백원도 아닌 몇 십원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리 컴퓨터가 프로그래밍된 대로 보내는 것이라 해도 이런 경우는 단순 문자와 비교할 수 없는 뜻밖의 기쁨을 준다.
서류상의 생일은 컴퓨터가, 진짜 생일은 사람이 전하는 축하 인사와 선물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