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를 넘기지 않고 당일에 글을 올리려고 하지만, 바쁜 날은 12시를 넘겨 올리게 된다. 시작을 밤 11시쯤 하면 기본으로 12시를 넘길 수밖에 없다. 얘기가 안 풀릴 때는 1시를 넘기고 2시도 넘긴다. 어쩔 수 없이 졸린 눈을 부릅뜨며 하려고 했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잠과 싸우게 된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든 상태로 손가락이 움직여 기껏 써놓은 글을 다 지운 적도 있다. 다시 쓰려고 하지만 비몽사몽간에 썼기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다. 할 수 없이 앞에 쓴 글을 다시 읽으며 흐름과 맥락을 파악한 후 쓰지만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인지 알 수 없다.
잠을 깨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이다가 다시 휴대폰을 붙잡고 쓰다가 어느새 꾸벅꾸벅 졸거나 스페이스 바를 눌러 애써 다시 써 놓은 글을 또 지우고 있는 걸 발견한다. 그럴 때는 '하루쯤 안 쓰면 어때'하고 그냥 자자는 유혹의 속삭임에 계속 흔들린다. '내일 출근하려면 자야 한다'라고 내면의 소리가 설득을 시도한다. 하지만 하루가 이틀, 이틀이 사흘 되기 쉽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뿐이다.
잠에 취하면서도 매일 글 쓰는 이유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인데 어제 "열문장 쓰는 법"을 읽고서 이렇게 무작정 ㅃ매일 쓰기만 하는 일이 소용 있는 일일까 의문이 들었다. 독자가 기대하는 시간에 부응하는, 시간을 채우는 글을 쓰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매일 무엇에 대해 쓸까를 깊게 고민하지 않고 빈 화면에 그날 찍은 사진을 올린 후 가만히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면 하고 싶은 얘기가 떠오른다는 점이다. 글감은 비교적 쉽게 찾아 쓴다. 그렇다고 술술 써지는 건 아니다. 최소 한 시간, 길게는 세 시간도 걸린다. 다 쓴 후에는 두, 세 번 읽고 수정을 하는데 잠에 취한 날은 일단 "발행"을 누른 후 다음 날 아침에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루틴으로 매일 글 쓰는 이 작업이 진정 글쓰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의문스럽지만, 얻는 게 아주 없지는 않을 거다. 하다못해 어휘력이 풍부해질 것이다. "열문장 쓰는 법"처럼 글쓰기 관련 책을 읽으며 하지 말아야 할 규칙(?)을 배우고 적용하다 보면 독자가 읽기에 편한 문장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믿음으로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