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 어딨어?" 수술받고 나오신 엄마가 겁먹은 소리로 물으신다. "팔이 안 만져져"라며 왼편 허공에 오른팔을 내미신다. "여기 있어요"라고 왼손을 잡아드렸는데 마취가 풀리지 않아 느끼지 못하신다. 팔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시며 "팔이 여기 있을 거 같은데 이상하네"라고 반복하시며 배 위에 놓인 팔이 마치 허공에 떠있을 것 같다고 하신다. 어깨, 팔, 손의 위치를 만져드렸는데 모르겠다고 걱정하시다가 저녁을 드시려고 일어나 앉으신 후에야 팔이 제대로 있음을 실감하셨다.
새벽 5시부터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혈압, 체온 등을 재고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발등에 주삿바늘을 놓았다. 양팔에 깁스가 된 상태여서 팔에는 놓을 수가 없었다. 어제 피검사할 때도 혈관이 너무 얇아 의사가 엄청 애를 먹은 후에야 겨우 채혈할 수 있었다. 양 발등을 열심히 살피던 간호사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혈관이 터져 멍이 들었다. 30분쯤 후에 다른 간호사가 왔지만 혈관을 찔러보기만 하고 실패했다. 수술할 때도 각종 약이 들어가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말까지 들으니 나도 덩달아 걱정되었다. 세 번째 간호사, 딱 보기에도 수간호사로 보이는 베테랑 간호사가 왔는데 한 참을 살피다가 시도했는데 한 번에 성공했다. 고마웠다. 이번에도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수액이 잘 들어갔다. 간호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뒤 엄마와 나는 괜히 수간호사가 되는 게 아니라며 경력 있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칭찬했다.
9시에 수술실에 들어가시는데 엄마가 눈물을 보이셨다. 생전 감기 외에 큰 병을 앓아본 적 없고 병원과 친하지 않았던 분이 수술을 앞에 두고 얼마나 불안했을지 짐작이 간다. 나도 눈물이 나려는 걸 애써 참고 "엄마, 괜찮아요. 잘 끝날 거예요"라고 인사하며 수술실 앞에서 헤어졌다. 남자 간호사분은 왜 우시냐고, 하나도 걱정하실 거 없다고 웃으며 나오실 거라고 장담했다. 엄마가 입원실로 돌아오신 건 11시 45분쯤이다. 수술이 길어진 줄 알았는데 1시간쯤 회복하고 오는 것이라고 했다. 수면마취에서는 깨어나셨지만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어 계속 주무셨다. 수술 때문에 어제저녁 식사 이후 금식을 하셨는데 오늘 저녁까지 거의 24시간을 굶으셔서 더 기운이 없으신 듯했다.
입맛도 없고 배고프지도 않다고 하셨지만 기운을 차리기 위해 저녁을 드시고 한숨 자고 일어나시더니 그제야 정신이 맑아진 것 같다고 하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팔 마취는 새벽에 다 풀리고 통증이 느껴질 거라고 해서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될 것 같다.
긴 하루였다. 나는 아무 하는 일 없이 기다리는 일 밖에 하지 않았지만, 은근 피곤했다. 책을 봐도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오늘 아침까지는 밥 나오는 병원 생활이 할 만하다고 여겼지만, 역시 집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