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엄마가 화장실 가신다고 해서 도와드리려고 일어나려다 어지러워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엄마는 처음엔 잠을 깨려는 줄 알고 기다리셨다가 내가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없자 괜찮냐고 물어보시다가 비상벨을 눌러 간호사를 부르셨다. 나는 말도 잘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지러워서 일어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이석증일지 모르니 일단 다시 누워보라고 했다. 여기는 정형외과 전문이고 이 새벽에 응급처치 할 수 있지 않다며 누워서 어지럼증이 느껴지지 않으면 이석증은 아니고 갑자기 체하거나 피곤해도 어지러울 수 있다고 했다. 조금 누워 있으니 어지럼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어지러웠다. 그러다 갑자기 온몸이 추우면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가 부딪힐 정도로 춥고 입안이 바짝 말라 물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는 물 마시면 토할 수도 있다며 가재에 물을 적셔 입에 물려주었다. 만일을 위해 토할 수 있는 비닐봉지도 갖다 주었다. 내가 가져온 배낭에 핫팩이 있어서 좀 꺼내달라고 요청했더니 전기장판을 가져와 내게 덮어주었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는 엄마를 부축해서 나 대신 화장실을 모시고 다녀왔다. 간호사는 지금 병원마다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으므로 앰뷸런스를 타고 나가봤자 갈만한 병원이 없을 거라고 했다. 참을 수 있으면 그냥 누워서 지켜보다가 9시가 되면 병원에 내과가 있으니 진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처음 일어나려고 앉았을 때 어지럽고 손이 저리고 토할 것 같은 생전 처음 겪는 증상 때문에 나는 내가 쓰러지는 거 아닌가 겁이 덜컥 났다. 그러다 간호사의 침착한 설명으로 가만히 누워 심호흡을 몇 번 하며 마음을 좀 진정시키자 정신이 또렷하다는 걸 느꼈다. 배가 무지 고프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성을 차릴 수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엄마를 괜찮다고 진정시켜 드리며 누워계시라고 했지만 엄마 마음이 진정될 리 없었다. "나 때문에 우리 딸 아프게 했다"라고 하시며 울먹이셨다. 그 말씀에 내가 더 아프면 안 된다는 정신력으로 심호흡을 계속하며 몸을 이완시키려고 노력했다. 지난주 배운 명상 호흡을 하며. 그러자 온몸의 떨림은 가라앉았다. 아래윗니 치아가 덜덜 부딪혀서 가재를 꽉 물고 있었는데 가재를 물지 않아도 되었다. 6시쯤 잠깐 앉아보았는데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아 할 수 없이 여동생을 불러 엄마 아침 식사를 챙겨드리라고 했다.
동생은 놀라서 한 걸음에 달려왔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일어나지 못할 거 같아 만일을 위해 기저귀를 가져오라고 했다. 엄마가 수술받으신 당일엔 움직이기 힘드셔서 환자용 기저귀를 준비했는데 한 개만 쓰고 쓸 일이 없어 동생 편에 집으로 보냈었다. 다행히 동생이 병실에 왔을 무렵엔 일어날만했다. 다만 걷기가 힘들어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분들이 쓰던 워커를 빌려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는데 간호사가 휠체어를 타라며 가져다주었다. 동생이 졸지에 나와 엄마를 돌보는 사람이 되어 동분서주했다.
엄마 피검사하러 모시고 가고 머리 감겨드리고 아침 먹여드리고 나 데리고 내과 진료하러 동행하고 영양제 맞는 곳에 들러 발마사지를 해주었다. 발이 왜 이렇게 차냐며 마사지해 주자 발에 온기가 돌았다. 평소 자매애가 뜨겁지 않았기에 동생의 발 마사지는 좀 감동이었다.
내과의사가 피검사, 심전도 검사를 하자고 했지만 심전도 검사만 했다. 엄마가 아침을 드실 때 배가 너무 고파 미역국을 좀 달라해서 먹었지만 입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증상을 봤을 때 영양제를 맞으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엄마가 입원하신 동안 병원에서 나온 밥이 맛있었지만 살로 가는 느낌이 아니었다. 아마도 잘 먹지 못해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심전도 검사는 이상이 없었다. 영양제를 맞고 나니 기운이 좀 돌아오는 거 같고 휠체어를 타지 않아도 걸을 수 있었다. 멀쩡히 걸어서 엄마가 있는 병실로 돌아갔다. 엄마는 그제야 안심이 된 얼굴을 하셨다.
새벽부터 오전 내내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퇴원하여 집으로 왔다. 그 바람에 하늘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다. 기운이 100% 돌아온 상태가 아니어서 겨우 저녁밥을 해 먹고 일찍 잤다. 엄마도 그제야 편히 잠을 주무실 수 있었던지 곧 코를 골기 시작하셨다.
매일 브런치 글을 올리는 이 프로젝트는 어제 하루 글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