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Dec 24. 2024

일상 복귀

2024. 12. 23

겨우 이틀, 주말 내내 집에 있었을 뿐인데 문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아주 오랜만인양 낯설었다. 일주일 만에 출근하는 길이 설렜다. 아침 하늘을 보는 마음이 새로웠다. 나의 루틴, 내 일상을 찾은 기분에 땅에 발을 단단히 디딘 것 같았다.  


엄마를 간호하는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기에 뭔가 차분하지 않은 상태다. 여행 가면 날짜와 요일이 잘 떠오르지 않아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을 다 잊어버리고 하루가 훌쩍 지난다. 아침마다 인공눈물을 넣어 건조한 눈을 촉촉하게 해야 하는데 눈이 건조하다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그렇게 지난 일주일간  매일 하는 사소한 루틴을 깡그리 잊었다.


오늘 아침에서야  출근 준비를 하면서 루틴을 회복했다. 멀리 여행 갔다 돌아온 것처럼 매일 별일 없이 보내던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집을 나서며 하늘을 보고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버스 안에서 오늘의 일정을 점검해 보고 사무실 내 자리에 앉는 일. 지인과 점심을 먹고 동료와 회사 돌아가는 소식, 업무에 관해 얘기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나를 나로 있게 만드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


육아휴직 후 복귀한 후배들이 "회사 나오는 게 더 좋아요"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가족은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들이고 내 시간을 내어 심신을 다해 돌보지만, 그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라는 걸.


오랜만에 보는 그림같은 하늘(08:33, 08:35, 08:36)
입체적인 구름과 평면적인 파란 하늘(08:39, 12:4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