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몰입이 잘되기 때문이다. 2시간 넘게 오로지 그림에 집중하는 시간에는 다른 상념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걸 잊게 된다. 문득 그림 그리는 행위가 일종의 명상이지 않을까 싶다. 마치 걷기 명상처럼. "발을 든다, 내민다. 디딘다" 이 과정만을 생각하며 걷기에 집중하고 났더니 머리가 개운해진 기분이었다.
그림도 그렇다. 그림을 그리며 내 안의 고요함 속으로 들어간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진다. 그리는 대상의 빛과 그림자를 보며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칠을 하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붓을 내려놓으면 붓을 들기 전 보다 마음이 훨씬 너그러운 상태가 된 걸 느낀다. 집중, 몰입의 힘이다.
엄마를 간호하자 내 루틴을 찾으려는 노력을 더하게 된다. 내게 내어줄 시간이 많을 때는 가끔 귀찮고 하기 싫을 때가 있었는데, 나만의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지니 온전히 내게 집중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사람은 왜 이렇게 희소가치에 더 목메게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