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한 날. 점심시간에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와 과일을 사서 배달 주문하고 스타벅스로 갔다. 엄마에게 새로운 음료를 사다 드리고 싶었는데 시즌 음료인 "뱅쇼"는 12월 말로 끝났다고 한다. 무엇을 살까 한참 고민하다 아마도 드셔보지 못했을 블루베리 베이글을 샀다. 데워서 후다닥 집으로 갔다. 따듯할 때 드시게 하고 싶었다.
엄마들이 아기 똥을 보고 잘 먹었는지 여부를 가늠한다고 하던데, 그 마음이 조금 이해될 듯하다. 변비로 고생하신 이후로 매일 볼 일을 보시는지 확인하게 된다. 하루 거르면 은근 걱정된다. 응가 처리를 해드려야 하기 때문에 때마다 확인하게 된다. 양은 어떤지 어떤 모양인지. 양이 많으면 뿌듯하고 적으면 좀 걱정된다. 나와 달리 대체로 굵은 모양을 보면 건강하시구나 느끼게 되어 안심된다. 난 평생 물크러진 모양이라 신기하게 여겨진다. 친구들이 어릴 적에 서로 얘기하다가 뭔가 말이 막히면 "그래, 니 똥 굵다"라고 하며 치사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기분을 전달했던 때가 떠오른다. 유치하고 재밌던 때.
한 낮의 쌀쌀함(12:40, 12:40, 13:16)
방향따라 다른 모습의 하늘(13:17, 14:05)
오랜만에 구름에서 의미 있는 모양을 찾아냈다. 두 눈을 감은 모습. 아주 작은 파란 틈이 눈썹처럼 보였다. 재택으로 일하며 부모님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와 음식을 하는 사이 이렇게 잠깐 하늘을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