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월출시간 오후 12시 32분. 해 질 무렵 뜬 달을 보는 일은 언제나 묘하다. 해와 달이 공존하는 시간이 마치 부딪히면 안 되는 존재들이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하고 마주하는 것 같다. 볼 일 없던 두 존재가 동 시간대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어야 하는 일은 회사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야 하거나 식사를 같이 해야 하는 것처럼 썩소를 짓게 하는 일이다. 해와 달은 썩소를 지을 정도로 어색하고 싫지 않을 텐데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불순하다. 오늘의 기분으로는 더욱 그렇다.
매주 수요일 4시 퇴근하는 첫날인데, 갑작스러운 회의로 5시에 퇴근했다. 필라테스 수업을 예약했는데 가지 못했다. 과감하게 자르고 퇴근했어야 하는데 내가 맡은 일이라 책임감에 냉정하게 돌아서지 못하고 회의에 참석했다. 결국 스트레스만 받고 회의한 보람은 없고 운동도 하지 못했다. 잘못한 팩트를 놔두고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으니 넘어가야 한다는 말로 잘못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얘기를 섞어 본질을 흐린다.
회사 돌아가는 꼴이 나라꼴과 비슷하다. 광장에서 둘로 나뉘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편의 사람으로만 인식되는 요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건 인지상정이겠지만, 잘못을 시인하고 수습하는 모습보다 억울하다고 호소하며 핵심을 벗어난 얘기로 본질을 희석시키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언제나 본질을 흐리는 무리가 말을 만들어내고 프레임을 바꾸려고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속살댄다는 점이다. 그 속살거림에 빠져 스스로의 판단능력을 상실한 체 휘둘리는 사람을 제일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정도로 기본적인 상식,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없는 꼭두각시 같은 모습에 냉소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아침에 본 하늘은 희망차고 멋있었다. 저녁엔 그저 달을 보며 마음을 다스린다. (08:34, 08:42,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