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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2025. 1. 22

by 지홀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폐렴으로 쓰러지셨는데 회복을 못하셨다고 했다.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고 여러 번 권유했지만 부모님이 미리 연명치료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신 적이 있어 안 했다고 한다. 친구가 들은 연명치료는 코에 줄을 삽입하여 음식을 주입하고 기관지에 구멍을 내어 가래를 걸러내고 혈압상승제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이런 일련의 행위가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친구가 아는 의사는 자신의 부모님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단다.


옆에서 같이 얘기를 듣던 선배는 반대되는 얘기를 했다. 친구 시어머니가 그런 연명치료로 10년째 살고 계시다며 아들이 의사라고 했다. 살아계실 수 있게 할 수 있는데 돌아가시게 놔둘 수 없는 것 같다고.


어떤 것이 옳은지 알 수 없다. 살아있다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아버지가 입원해 계실 때 병원에서 권유하는 치료를 받을까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고통 없이 가셔서 잘된 일이라고 했다. 자신도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나도 평소에 내게 그런 순간이 온다면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약이든 수술이든 낫는 행위라면 당연히 할 것이지만, 생명 연장을 위한 것이라면 안 할 생각이다. 약에 취해 아무 일도 못하고 누워있기보다 하루라도 일어나 앉고 걸을 수 있을 때 인사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작별인사를 하고 고마움을 전할 것이다. 온, 오프라인에 남긴 흔적을 정리하고 남길 것을 남기고 없앨 것을 없애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럴 수 있는, 행운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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