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카 사랑

2025. 1. 26

by 지홀

부모님과 아점을 먹고 마트에 들러 명절 상차림을 위한 식재료를 주문하고 조카와 만나 창경궁 산책을 갔다. 운 좋게 무료관람하는 날이었다. 아마도 명절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게다가 창경궁과 창덕궁을 잇는 문을 개방하여 창덕궁까지 다녀왔다. 그리 추운 날은 아니었는데 바람이 제법 찼다.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날씨였는데 손이 계속 차가웠다. 핫팩을 들고나가 다행이었다.


두 개의 궁을 돌며 이제 만으로 스무 살이 된 조카와 그간 나누지 못했던 여러 얘기들을 나누었다. 내게는 언제나 착하고 예쁜 아이일 뿐이지만, 이모인 나와 제 부모도 모르는 비밀이 이 아이한테 있을 것이고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할 얘기를 하지 못하는 일이 없게 늘 마음이 열려있는 이모가 되려고 노력한다. 때로 제 엄마에게는 하지 못하는 얘기를 내게 털어놓을 때가 있다. 여동생은 자기 딸이 자신보다 이모인 내게 더 많은 말을 한다는 사실에 기분 나빠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그걸 이용해 자기가 못하는 말을 내게 대신해달라고 할 때가 있다. 모녀관계에서 필히 일어나는 애증의 관계가 둘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데, 조카와 내 사이에는 '증"의 관계는 없다. 그런 관계를 미루어보아 난 역시 한 다리 건넌 사람이다. 조카 마음에 여동생 보다 내가 더 우선될 수 없음을 안다.


조카는 가끔 "나는 엄마가 둘이야"라고 말하는데 나를 "엄마"수준으로 승격시켜 줘 고맙다. 조카에게 1순위가 아니어도 그 아이가 힘들 때 떠올리는 사람으로 내가 자리 잡는다면 고마운 일이다.

창경궁과 창덕궁 (12:27, 14:13, 14:29)
기온은 따듯했으나 바람은 찼던 하루 (14:31, 14:35, 14:51)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책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