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상한 날

2025. 1. 27

by 지홀

날씨가 이상한 날이었다. 아침에 비 같은 눈이 추적추적 내리다가 그쳤다. 낮 12시쯤에 개었는데 화실에 도착할 무렵 눈발이 날렸다. 한참 그림을 그리다가 창 밖을 보니 눈이 쌓일 것 같은 굵은 눈이 많이 내렸다. 화실을 나섰을 때는 눈이 그쳤고 길에는 눈이 다 녹아 없었다.


친구와 전시회를 보러 가기 전 화실 근처 분식집에 들렀다. 어묵꼬치를 먹는데 다시 눈이 오기 시작했다. 아주 거세게 내렸다. 저 눈을 헤치고 전시회에 갈까 말까 망설이는 대화를 나눴다. 다 먹고 나올 때쯤에는 눈이 그쳤다. 친구가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했다. 나는 "호랑이가 장가가는 날 아냐?"라고 했다. 우린 "여우든 호랑이든 뭐든 시집, 장가가는 날인가 보다"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며 전시회장을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를 타고 옆 동네로 오자 또 눈보라 치듯 눈이 내렸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내리는 눈을 정말 오랜만에 봤다. 전시회장이 있는 정류장에 하차하여 보니 싸라기눈이었다. 눈이 옷에 부딪히며 떨어졌다. 패딩에 붙은 모자를 눌러쓰고 둘러멘 에코백이 젖을까 봐 만져봤다. 가방에 눈이 잔뜩 붙었지만 다행히 눈이 스며들지 않았다. 툭툭 터니 다 없어졌다.


전시회장으로 들어갈 무렵엔 또 눈이 그쳤다.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눈이 내리다가 그쳤다. 희한하고 이상한 날이었다.

잔뜩 흐리다가 갠 하늘(12:00, 14:46, 15:14)
먹구름과 파란하늘이 동시에 보이는 하늘(14:53, 14:53)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