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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수다

2025. 2. 26

by 지홀

"한국연구재단에 연구교수 지원사업이 있어요"

"ODA 사업으로 해외에 가서 컨설팅하는 것도 괜찮아요"


점심때 박사 동기인 A본부장을 만났다. 같은 업계라서 종종 만나 정보 공유하고 살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임금피크제가 시작됐다고 했더니 퇴직 후 계획이 뭐냐고 물으신다. 아직 고민 중이라고 둘러댔더니 이런저런 대안을 알려주신다. 고마웠지만 조심스레 운을 뗐다.


"저는 이 업계는 이거로 충분히 경험한 거 같아요. 전업을 해보고 싶어요. 수명이 길어져서 90세까지 산다고 치면 뭔가 배우는데 5년, 그걸 써먹는 시간 15년이라고 할 때 지금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은 거 같거든요"


그분은 내 말에 동의를 하시며 실은 자신도 이 업계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재주는 없지만 요새 글을 좀 써볼까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에 급 친해진 기분이 들어 속내를 말했다.


나 : 어머, 저도 글을 써보려고 해요

A : 오~ 그래요? 잘 생각했네요. 경험이 쌓일수록 글 쓰는 소재가 많아지고 읽는 사람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어서, 나이 들어 시작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책 한 권을 쓰고 나니까 어떻게 쓰는 건지 좀 감이 잡혔거든요. 제가 쓴 건 일과 관련된 거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거 정말 좋은 거 같아요.

나 : 맞아요. 나이 들수록 세상을 보는 시선이 생기잖아요. 인사이트가 생기죠. 제가 작년에 책 쓰기 워크숍을 했는데 거기 코칭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독자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고. 위로를 전할 건지, 지식을 전할 건지 등등. 그 목적대로 뭔가를 얻어간 독자가 있다면 그 책은 성공한 거라고요.

A : 그러네요. 제가 창업 관련 책을 썼잖아요. 그거 보고 창업을 했다는 사람이 있어요. 신기하고 보람되고 그랬죠.

나 : 와~ 성공하신 거네요.


이런 얘기를 나누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A본부장은 거의 10년 전부터 매일 A4 한 장 분량의 일기를 쓰고 있다고 하셨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쓰다 보니 어느 때는 글이 술술 써질 때가 있다고. 알고 보니 내공이 엄청 쎈 분이었다. 주변에 왜 이렇게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 많은 것인가!


즐거운 점심 수다를 뒤로 하고 사무실에 돌아오자 어제의 불편한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봄날이 오려나보다. 기온이 따듯하다. 하늘도 맑다.(08:39, 08:53, 08:54)
빌딩 숲 사이 구름, 하늘, 태양. (08:54, 13:2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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