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7
어제, 그제 너무 피곤했다. 아마도 기기변경 때문에 휴대폰을 너무 오래, 눈을 부릅뜨고,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이리저리 인증을 하면서 머리를 너무 쓴 탓인 것 같았다. 밤 열시도 되기 전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오늘은 토요일이란 이유로 일찍 일어나야 하는 강박이 없었다. 그래도 10시쯤 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것 같았다. 7시에 일어나면 9시간, 8시에 일어나면 10시간을 자는 셈이므로 글쓰기를 아침에 하자고 미루었다. 새벽 2시쯤 화장실에 가려고 잠깐 일어났다 금방 잠이 들었다. 아침에 잠이 깼는데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한참 눈을 굴리며 서서히 눈을 떴는데 방의 환한 정도가 이른 아침이 아니었다. 시간을 보니 10시 가까운 시간이다. 세상에, 무려 11시간을 잤다. 그럼에도 피곤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아침에 하려던 일을 못했다. 오후에는 글을 쓰려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엄마 휴대폰에 있는 데이터, 앱이 많지 않아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 비밀번호가 문제였다. 실랑이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엄마와 둘이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 갔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그냥 집으로 왔다. 결국 가져갔던 노트북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숙제를 한 아름 안고 해결하지 못한 학생처럼 마음은 무거운데, 멍하니 TV 드라마를 봤다. TV는 '바보상자'라고 불렸는데 맞는 말이다. 자꾸 쳐다보게 된다. 딱히 재미있지 않은데 흥미를 끈다.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OTT도 그럴 것 같아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이 있지만, 알림이 와도 잘 열어보지 않는다. 한번 보면 계속 보게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친구, 조카 등의 인스타 피드 알람이 오면 그건 열어본다. 근황이 궁금해서. 그러다 엉뚱하게 팔로잉하는 계정의 콘텐츠를 계속 보게 된다. 1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글을 써야 하는데'라는 마음을 무겁게 껴안고 계속 딴짓을 한다.
결국 자정이 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노트북을 켠다. 더 이상 미루면 내일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늘어날 것이므로 자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더구나 내일은 온전히 글 쓰는 일에 들일 시간이 많이 없다. 오늘은 '글 쓰는' 계획 외에 특별한 계획이 없음에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계속 구성을 짜고 대사를 떠올리는데 정리를 못한다. 이래서야 공모전에 출품할 수 있을까? "천국보다 아름다운" 드라마에서 기도는 이미 구한 것을 받은 것처럼 느끼고 감사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흠,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고 그 기쁨을 느끼고 감사해하는 기도를 드리면 될까? 그렇게 기뻐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