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9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의 상태라고 느끼지만, 실은 '무감각'이 아니라 애써 외면하고 피하려는 것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리려고 하지만, 들리는 소리까지 막을 수 없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자리를 피하려고 일어났지만, 일어서자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그녀에게 있는지 조차 몰랐던 폭력성이 촉발되어 물건을 집어던진다. 소리 나지 않게 침대 위로.
가라앉히기 힘들어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는다. 한밤중이라 크지 않은 소리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소리 없는 소리를 지르다가 눈물을 흘린다. 한번 눈물이 흐르자 걷잡을 수 없다. 소리가 점점 커져 짐승이 울부짖듯 소리가 나온다. 화산이 들끓다가 폭발하여 용암이 흘러내리듯, 눈물이 흘러내린다.
"미안하다"라며 거듭 사과하는 모습에 또 눈물이 난다. 하루 종일 마음이 아팠다는 말씀, 왜 그런 노망 난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씀, 다 잊어버리라는 말씀. 그녀는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운다. 다 들어도 괜찮으므로. 그녀의 눈물에 부모도 함께 운다. 눈물, 콧물이 범벅되도록 한참을 울며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자 가장 마음을 힘들게 하는 대상에 대한 원망이 한데 뒤섞인다.
늦은 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뒤 떡국을 나눠먹는다. 아무도 입맛이 없으나 저녁을 먹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한바탕 폭풍우가 지난 듯 마음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 걸 느낀다.
다시 일상을 버텨낼 힘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