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

2025.6. 17

by 지홀

사진첩에 "fun"이란 제목의 폴더를 만들었다. 웃기게 찍힌 사진 또는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을 모아놨다. 그중 압권은 지난 4월 친구들과 통영, 거제 여행을 갔을 때 사진이다. 탁 트인 바닷 풍경이 장관이었던 카페에서 한 명씩 독사진을 찍었는데 바람이 너무 불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재미난 사진이 여럿 나왔다. 친구 한 명이 옆모습을 찍으려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먼 하늘을 응시하는 나름 멋진 포즈인데, 바람 때문에 뒷머리가 하늘로 치솟은 사진이다. 우리 중 누구도 사진 찍을 당시에는 몰랐다. 찍은 사진을 보고서야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그날 우울할 때 보겠다고 다짐하며 폴더를 만들었는데 아주 유용하다.


또 다른 사진은 같이 근무했던 후배 사진이다. 길거리 휴지 줍기 자원봉사 하던 날, 젓가락 사이에 몸이 낀 설정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람이나 찍힌 사람이나 유머감각이 남다르다. 미소가 지어지는 사진은 팀 1등 포상금을 현금으로 받고, 돈다발로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플렉스 하는 모습이 웃기다.

비온 뒤 맑은 하늘 (09:02, 09:04, 09:22)

자꾸 마음이 처지는 날에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기분 전환이 된다. 하늘 보며 멋지다,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하고 꽃을 보며 예쁘다고 느끼며 주위를 환기시키려고 노력한다. 필라테스를 주 4회로 늘려 땀을 흘린다. 운동하면 활력이 생기고 긴장된 몸도 풀리므로.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 굶었을 때보다 기분이 좀 더 나아진다.


마사 누스바움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철학자들은 크게 네 가지로 감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미래의 나쁜 일에 초점을 맞추는 감정을 걱정, 현재의 좋은 일에 초점을 맞추는 감정은 기쁨, 미래의 좋은 점에 초점을 맞추는 감정은 희망, 현재의 나쁜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슬픔으로 나누었다고 한다.

물 속 처럼 보이는 하늘과 길가에 핀 예쁜 꽃(12:56, 13:02, 13:04)

근 한 달 사이의 나는 미래의 나쁜 일에 관심을 너무 둔 것 같다. 걱정을 넘어 불안을 느끼므로. 다시 돌아가야지. 흔들리지 않고 내 중심을 잡았던 때로. 미래의 좋은 일을 기대하며 현재의 좋은 일에 감사해야지.

밋밋한 파스텔톤 하늘에 색깔을 넣고 싶어 꽃 사진을 슬며서 넣어본다 (13: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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