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8
제로페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잘 이해되지 않았다. 삼성, 카카오, 네이버 등 민간에서 잘하고 있는데 왜 공공에서 새로운 '페이'를 만드는지, 그 효용성은 정말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가맹점 모집부터 쉽지 않을 것이었고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고 소비자에게 할인혜택을 주려면 예산이 만만치 않을 텐데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제로페이 등장 후 몇 년 간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소득공제 40%를 해준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제로페이 10% 할인 혜택이 굉장히 쏠쏠하다는 얘기를 듣고 앱을 깔아 보았다. 마침 운동을 시작하던 때라 100만 원 이상 목돈을 써야 하는데 10%면 10만 원, 꽤 구미를 당기는 혜택이었다. 그렇게 제로페이 매력에 빠져 판매시기가 되면 알람을 설정해 두고 구매했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만 늦게 접속해도 이미 완판이 되어 살 수 없었다. 게다가 1인당 구매 한도와 보유한도가 정해져 있어서 친한 직원이나 친구끼리 서로 사주기도 했다. 예를 들면, 중구 상품권이 100만 원 이상 필요한데 50만 원 밖에 못 사면 직원에게 중구 50만 원어치를 사달라고 요청한다. 대신, 나는 그 직원이 필요로 하는 다른 지역 상품권을 산 후에 서로 선물로 교환한다. 선물로 주고받으려면 현금으로 구매해야 해서, 현금이 없다면 상부상조하기 어렵다. 내 것만 구매해도 되는 경우는 카드로도 구매가능하다. 종로구, 중구처럼 가맹점이 많은 곳의 상품권은 금방 소진된다. 구매자가 많을 때는 생년월일 홀수, 짝수에 따라 구매 일자를 달리 하는 경우도 있다. 각 지자체별 예산 규모에 따라 상품권 발행 규모도 달라진다. 지금은 10% 할인 혜택은 없다. 7%로 줄더니 5%까지 내려갔다. 그래서 10% 할 때처럼 구매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지만, 활용도 높은 지역 상품권은 역시나 판매완료가 빨리 일어난다. 비록 5% 할인이라도 서울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 광역 상품권'은 여전히 서둘러서 구매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이런 할인혜택으로 헬스장 등록, 치과 치료, 학원비 등 100만 원 이상 금액을 훌쩍 넘기는 금액은 체감상 혜택이 크다. 그뿐 아니라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 결제 가능한 식당이 꽤 많아서 편리한 데다 소소한 이득을 보는 것 같아 즐겁다. 아무래도 제로페이가 되는 곳 먼저 가게 된다. 그래서 판매할 때마다 비축해 놓는 편이다. 유효기간이 5년이기에 미리 사놓아도 좋다. 서울의 제로페이는 이름을 '서울 페이'로 변경하면서 운영 사업자가 여러 번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앱을 다시 깔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했는데 지금은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온누리상품권이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관리하는데,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사용처가 좀 아쉽다. 게다가 매월 사용금액의 10%를 돌려주는 이벤트를 하는데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좀 얍삽한 느낌을 준다. 사용자가 앱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수락'을 눌러야만 환급된다. 미처 모르고 지나가면 없어진다. 반면, 서울페이는 각 구별로 이벤트를 하는 곳이 다르지만, 환급 이벤트를 하면 사용자가 확인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입금해 주어 고맙다. 잊고 있다가 어느 날 '공돈'이 생긴 기분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제도, 정책을 잘 모를 때는 귀찮고 번거로운 생각에 비판 먼저 하게 된다. 잘 될 것 같지 않다고 부정적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제일 거셌다고 느낀 제도가 버스 정류장을 중앙차로에 설치하고 버스 노선을 4개로 구분했던 제도다. 광역 버스는 레드(Red), 도심 주요 간선 도로 운행 버스는 블루(Blue), 동네까지 들어가는 지선 버스는 그린(Green), 순환버스는 옐로(Yellow)로 구분했고 버스 노선 번호도 그에 따라 바뀌었다. 버스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어서 이용자의 불편이 얼마간 지속되었고 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은 그린, 레드, 옐로, 블루의 첫 글자인 G, R, Y, B를 빗대어 'ㅈㄹㅇㅂ'이라고 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버스 노선 번호는 사람들에게 익숙해졌고 버스정류장이 중앙차로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기란 쉽지 않은데, 누구인지 모르지만 체계를 잘 만들었다고 본다. 거기에 버스와 전철 환승 시스템도 좋다. 서민에게는 한 푼을 아낄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우리나라의 버스 시스템은 해외로 수출하는 품목이 되었다. 사람들의 커다란 반발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주소를 도로명으로 바꾸고 우편번호를 개편한 것 또한 아주 잘한 일이라고 본다. 번지수로는 건물이나 집을 찾기 어려웠는데 도로명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도로명 부여 규칙을 만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거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히, 열심히,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어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팀장은 팀장의 역할을, 본부장은 본부장의 일을, 대표는 대표의 일을 각자 직책에 맞는 일을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리더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리더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더하여 여러 가지 주문을 했던 시대에서 지금은 최소한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세, 마음가짐을 바라게 된 세상이다.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더 이상 말만 당당 하게를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을 리더로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