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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물생심

2025. 8. 1

by 지홀

언제부터인가 에코백이 유행할 때 나도 에코백을 들기 시작했다. 가죽 가방이 동물의 가죽으로 만들기에 친환경적이지 않은 반면, 천으로 만든 가방은 식물에서 얻은 것이므로 친환경적이라고 에코백으로 부른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들고 다니기 시작할 무렵의 에코백은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제법 큰 가방이 대부분이었다. 가방을 여미는 지퍼나 단추가 달린 것이 드물었고 가방 안에 속주머니가 있는 것도 드물었다. 그러다 다양한 크기의 가방은 물론 에코백 안에 주머니가 달린 가방, 여미는 장치를 한 가방 등이 등장했다. 에코백은 들고 다니기 가볍고 세탁하기 편하다. 환경에 민감한 회사를 필두로, 코로나를 지나오며 ESG 경영이 대두되면서, 여러 회사에서 기념품으로 에코백을 많이 만든다. 우리 회사도 각 부서에서 각양각색의 에코백을 만들었고 타 기관에서 나눠주는 에코백도 수두룩하다.


그렇게 모인 에코백의 개수가 너무 많다. 선물 받은 것까지 합치면 다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다. 어떤 건 포장지를 뜯지도 않았다. 들고 다닐 에코백이 많다 보니 기존에 들던 가죽가방을 들지 않게 되었다. 그간 쓰던 가죽가방이 꽤 되는데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짐이다. 그중 삼십 대 때 샀던 가죽 백팩은 무척 아끼며 잘 들던 가방인데 앞으로 배낭 메고 다닐 일은 없을 것 같아 고민하다가 조카에게 물어봤다. 조카가 학교 다니며 백팩이 필요했다고 반겨하길래, 조카에게 줬다. 거의 20년 지난 가방을 대물려 줄 수 있어 기뻤다. 그 가방을 빼고는 이 가죽가방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앞으로도 필요 없을 것 같아서다. 일단 너무 무겁다. 이제는 가벼운 것이 좋다. 신발도 가방도. 두 번 째는 크다. 한창 일할 때는 큰 가방을 선호했다. 이것저것 넣을게 많았다. 돌이켜보면 뭐 그리 많은 걸 넣어 다녔나 싶다. 지금은 도시락 외에 들고 다닐 것이 별로 없다. 휴대전화기 하나로 충분하다. 가끔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만 가뜩이나 무거운 가죽가방을 더 무겁게 들고 다니고 싶지 않다. 정년퇴직하고 나면 큰 가방은 더더욱 들 일이 없을 것 같다.

아침에 이미 31도를 넘기는 여름날, 한낮을 향해 가는 뜨거운 태양빛(08:30, 11:26)

이렇게 고민을 하면서 얼마 전에 작고 가벼운 가죽가방을 또 샀다. 바느질 한 땀 한 땀 직접 만든 거라는데 예상보다 가격이 저렴했고 디자인은 그 가게에만 있는 디자인에 그나마 수량이 많지 않은 희귀템이었다. 꼭 필요하지 않았는데 예뻐서 샀다. 갖고 있는 가죽 가방 중에 이미 작고 비교적 가벼운 것이 있는데도. 사놓고 잘 들지 않는다. 휴가 다녀올 때 잠깐 들고 말았다.


가방, 신발, 옷 등에 소비를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부모님이 물건 사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으시려는데 그 마음을 조금 이해한다. 물욕은 점점 없어지고 있으나 견물생심은 아직 있다.

한강다리를 달리며 본 하늘이 참 예쁘다(11: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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