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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해

2025. 8. 4

by 지홀

출근하자마자 머그컵을 들고 탕비실에 놓인 정수기 앞으로 간 그녀는, 활짝 열린 전자레인지 문이 거슬려 눈을 찌푸린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아침에 전자레인지 문이 열려있는 걸 발견할 때마다 문을 닫으며, 도대체 누가 문을 제대로 닫지 않는지 무척 궁금하다.

그녀는 공용물건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사용한 후에는 원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다음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볼 때 좀 화가 난다.

반면, 가끔 점심 도시락을 싸 온 날, 설거지를 하려고 탕비실에 갈 때 전자레인지 문이 닫혀있으면 괜히 뿌듯하다.

전자레인지는 직원들이 냉동식품이나 간편식을 해동시키거나 데우는 용도로 쓰기 때문에 보통 점심시간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문이 닫혀있다는 건 누군가 사용하고 원 상태로 잘 돌려놨다는 뜻이므로 기분이 좋아진다.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그녀는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눈 마사지 팩'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간 돌아가도록 맞춘 후, 목과 어깨 스트레칭을 한다.

1~2분 정도 눈감고 따뜻한 팩을 하고 나면 하루동안 쌓였던 눈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라 일주일에 서너 번씩 퇴근하기 전에 눈 마사지를 하곤 한다.

스트레칭이 끝날 무렵 전자레인지에서 "띵"하는 소리가 난다.

그녀는 전자레인지 문을 활짝 열고 눈 마사지 팩을 꺼내 자리로 돌아간다.



열문장 소설이다.


비 온다고 했는데 서울은 조금 내리다 말았다 (08:32, 13: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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