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D는 어때?
내가 해 볼 만한 게 또 없을까 고민하던 중
VMD,
비주얼 머천다이저라는 이름의
디자인과 마케팅에 관련된 직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2007년 한국의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에
꽤나 많은 동기들이
당시에 나름 촉망받던 이 직업을 시작했었다.
그중 몇몇은 경력을 잘 쌓아서
대기업 입사하는 등의 스토리를 아는 사람들 건너 들은 적도 있다.
디자인과 마케팅을 같이 생각하며 작업한다는 점에서
패키지 디자인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부분이 있었기에
관심은 있었던 분야이다.
회사도 맘에 든다.
IKEA
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케아는 내 삶에 늘 가까이 있었다.
쇼룸을 구경하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가격이 저렴한 물건들은 그래서 매력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모듈의 호환성이 좋고 추가로 확장하기도 쉽다.
디자인도 너무 저렴한 느낌은 아니고 말이다.
이런 실용적인 면이 좋아서 자주 사용하게 되었던 거 같다.
회사 이미지도 나에겐 나쁘지 않다.
대기업이니까 직원복지가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없진 않았다.
이 Ausbildung은
Duales Studium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일하면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개념이다.
즉 경제학사도 따고 일도 현장에서 배우고 그동안에 용돈도 벌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일만 하거나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둘 다 하는 거라 시간 관리가 필수라고 한다.
이 나이에 다시 공부한다는 게 좀 걸리긴 하는데
기왕 한다면 기초부터 튼튼하게 하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지원은 인터넷을 통해 하는 거라 어렵지 않았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IKEA 지점으로 지정해서 지원을 했는데
일주일도 안되어서 연락이 왔다.
Hej, 지원해 줘서 고마워. 나는 디자인 총괄 팀장이야.
근데 우리 경력직 자리가 하나 비어있는데
네 경력을 보니까 왠지 어울릴 거 같은데 관심 있니?
예상치 못한 제안에 행복회로가 돌아간다.
그렇지만 안될 수 있는 확률도 있으니
Duales Studium과 정식 VMD 포지션을 둘 다 지원할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둘 중 하나에만 지원할 수 있단다.
이틀을 꼬박 고민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vs 부딪치며 배우기
어디에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합격 확률은 아무래도 Duales Studium이 더 높을 거 같은데
그래도 이런 제안을 하는 걸 보면
내 경력으로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해도
잘할 거라는 전문가만의 확신이 있지 않았을까?
결국 나는 버거울 거라는 걸 알았지만
정직원이 되는 길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을 받았다.
Hej,
근데 정직원으로 지금 당장 지원하지 말고 기다려봐..
일단 우리 만나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지원 없이 하는 면접이라... 이런 대기업에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본다는 이 만남의 진짜 목적은 뭘까 하는
약간 싸한 기분이 들긴 했다.
근데 사실 지금의 나로서는 잃을 게 많이 없기도 했고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의 결론이 나겠지라는 생각에 만남 일정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