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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ap Year Story

상상과 현실사이

사서 고생 중입니다.

by woomit

파티시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그 단어.

흥미로운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관심 있어왔던 건 사실 어떻게 만드냐 보단

만들어진 그 케이크의 맛과 모양새.

유튜브를 통해 특히 ASMR로 빵이나 디저트 만드는 영상을 즐겨보기는 하지만

쉬워 보이지 않으면 절대 시도하지 않는 정도의 나의 실력에 조금 망설여지긴 한다.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일까?




집 근처 동네의 Ausbildung을 한다는 빵집에 원서를 다 넣고 나서

몇몇 베이커리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을 받았고

그날 이후 내 머릿속에서의 나는 벌써 미래의 파티시에였다.


20240714_162952.jpg 나름의 연습?


그중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한 베이커리를 골라 일단 면접날짜를 잡았고

면접은 생각했던 거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끝났다.

많은 독일 젊은이들에게 Ausbildung은 뭔가를

처음 시도해 보는 단계에 가까워서 도중에 많이 그만두는데

이는 어쨌든 사업체 입장에서는 손해이기 때문에

그들이 사람을 들이는 일은 어쨌든 신중한 편이다.

고등학교 나이에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

오히려 나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케어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해서 좋다는 긍정적인 대답도 얻었다.




사업체에서 염려했던 건 일하는 시간이 괜찮은가 하는 점이었다.

보통의 독일의 빵집은 아주 일찍 문을 연다.

새벽 3시에 시작해 보통 점심시간 전에 퇴근하게 된다.

나로서는 워낙 야행성인간이기도 하고

오후 시간을 온전하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음 단계는 Probetag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현장실습.

사실 실습의 탈을 쓴 2차 면접이라고 생각되었다.

실제 직업상황에 내던져 놓고 역량을 판단하는 것이렸다.




본격적인 작업시간이 끝난 아침 6시에 회사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시설들을 소개받은 후

이것저것 시키는 일을 해봤다.

커다란 박스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알려주는 분량대로

저울로 재서 갔다 주기도 하고

대량의 재료들을 큰 그릇에 넣고 큼직 막 한 거품기로 저어내기도 하고

섞인 크림을 실제 빵 위에 얹고 잘라내기도 했다.

일하는 동안 실제 거기에서 Ausbildung을 하는 친구도 만났고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모든 게 내가 그동안 만들던

겨우 3-4인분 정도의 양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는 데 있었다.

내 몸통크기 만한 철판에 가득 올려진 케이크들과 빵들을

나르는 일도 생각보다 힘에 부치는 일이었고

가뜩이나 악력이 세지 못한데

반복해서 무언가를 짜내야 하니

일정이 거의 다 끝난 시점이 되자 손의 감각이 이상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이 일은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꼬박 한 달을 아팠다.

아마 신경이 약간 다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팔 한쪽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계속 찌릿거리며 저렸다.

병원에 연락하니 3주 후에나 신경 검사 약속을 잡아준다.

그러나 한 달을 아프고 2주쯤 지나니 점점 괜찮아지는 게 느껴져서

신경 검사 약속을 취소했다.

계속 아플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그나마 이 정도여서 정말 감사했다.




이게 뭐람....

아무래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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