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려나
2021년 회사를 퇴사하던 날
회사동료들로부터 그동안 고마웠다며
선물 + 꽃이 핀 난초를 선물 받았었다.
이후 꽃잎이 천천히 다 떨어지고
4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난초는 꽃봉오리를 다시 피우지 않았다.
결국 점점 볼품없이 되어가고 잎도 노래지길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버려야 하나 하고 고민했지만
아직 몇몇 푸른 잎이 보이는 그 아이를 차마 버릴 수 없어
집안 구석에 놔두고 가끔 물만 줬다.
새로 화분갈이를 해주면 다시 꽃이 피려나 생각만 하면서...
그러던 올해 초 어느 날
이 초라한 난이 갑자기 꽃봉오리를 피워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결국 꽃을 주렁주렁 피워냈다.
거의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와중에서도
딴에는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있었나 보다.
기특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애써
결국 꽃을 피워낸 것 같아서
왠지 감동스러웠다.
봄이 오려나
내가 좋아하는 봄은
따뜻하게 빛나는, 그런 순간이 아닌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에 더 가깝다.
호들갑을 떨며 피어난 꽃에 괜히 의미를 부여해 봤다.
내 삶에도 봄이 다시 오려나보다 하고 말이다.
물론 봄답게 당연하다는 듯
아쉬움만 남기고 금방 지나가겠지만
이 봄이 부디 그렇게 짧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이 아지랑이같이
울렁이는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말이다.